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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집'에 살며 과자 구걸하러 다니는 어린 삼남매

서울 성북구의 한 좁은 아파트에 방치된 채 살고 있던 장애 삼남매의 사연이 전해졌다.

인사이트사진 = 서울 성북경찰서


[인사이트] 문지영 기자 = "아저씨, 과자 좀 사주세요"


부모님이 공장일을 하러 나간 뒤 '쓰레기 집'에 방치됐던 8살 소녀는 어느 새벽 집 근처를 지나가던 한 시민에게 과자를 구걸했다.


9일 연합뉴스는 서울 성북구의 한 10평대 아파트에 방치된 채 살고 있던 장애 삼남매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한 중년 남성 A씨는 지난해 11월 새벽 성북구의 어느 골목을 지나다 과자를 사달라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학대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준 A씨는 집 안을 들여다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곳엔 옷가지와 잡동사니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원인 모를 악취가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이 집에는 과자를 사달라던 8살 소녀 말고도 두 명의 아이들이 더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소식을 듣고 집을 방문한 성북서 여성청소년계 학대 전담 경찰관인 송진영 경위의 조사 결과 세 남매는 평범한 또래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11살 첫째 딸는 '지적장애 3급'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고 8살배기 둘째 딸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7살 막내아들은 언어발달 지연 증세를 보였다.


다행히 가정폭력이나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이들 몸에 외상은 없었고 성격도 밝았다고 전해졌다.


문제는 '청결'이었다. 언제 고장 났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낡은 변기에서는 악취가 뿜어져 나왔고 아이들은 화장실 바닥에 소변을 보고 있었던 것.


송 경위에 따르면 삼남매의 부모는 서로 다른 봉제공장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육아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고 밤늦게까지 공장일을 하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인사이트성북경찰서로부터 겨울 외투를 선물받은 삼남매 모습 / 사진 = 서울 성북경찰서


경찰은 삼남매 가정에 장기적인 관리와 민관협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심리상담사와 의사, 변호사 등이 합류한 솔루션팀을 꾸려 아이들 치료뿐 아니라 집안 청소, 변기 수리 등을 도왔다.


특히 송 경위는 밥벌이 때문에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 한 삼남매의 어머니에게 "엄마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설득을 거듭했다.


그 결과 밤 11시까지 일하던 삼남매 어머니는 최근에는 오후 6시에 퇴근해 아이들과 저녁 시간을 보낸다는 후문이다.


삼남매의 어머니는 "월급은 반으로 줄었지만, 애들과 시간을 보내니 예전보다 훨씬 행복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삼남매는 구청으로부터 언어치료와 심리상담치료를 받고 부모 역시 지역 상담센터를 통해 육아와 자녀교육에 관한 수업을 들을 예정이라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