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우) 중동고 시국선언문 / 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작성한 '시국선언문'이 사라졌다.

지난 2일 페이스북 페이지 '중동고등학교 전해드립니다'에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중동고등학교 일부 3학년 학생들의 시국선언 관련 기사가 학교 선생님들의 압박으로 삭제됐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중동고등학교 3학년 학생 116명은 '중동고등학교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최근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간의 스캔들에 대해 비판했다.

학생들은 선언문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청와대에서 물러나 신성한 법정에 서야 할 것이며, 스스로 결단하지 못할 시에는 국회가 마땅히 탄핵소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며칠 뒤 몇몇 언론사에서 내보낸 중동고의 시국선언문은 소리 없이 사라져 의아함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중동고등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시켜 기자에게 기사를 내리라고 말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신을 당시 시국선언에 참여한 중동고 3학년 학생이라 소개한 누리꾼은 "일부 선생님들께서는 '이런 서명운동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지는 않냐'며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해당 페이지 관리자는 "(선생님들의) 압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강제 전학'과 같은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한편 중동고등학교 측은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압력을 넣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11명 학생이 먼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이후에 학생들에게 지지 서명을 받은 것"이라며 "기사가 나간 이후 학생들이 본인의 취지와 기사의 취지가 맞지 않아 기사를 내려달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