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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두 번째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의혹에 대해서 책임 있는 발언은 하지 않고 초지일관 변명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4일 오전 10시 30분 박근혜 대통령은 두번째 담화문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첫 담화문을 녹화로 진행한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박 대통령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가슴이 아프다", "송구스럽다", "잘못을 인정한다" 등의 말을 했다.
하지만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내놓으면서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며 '본래 그럴 뜻이 없었다'는 취지의 변명을 하기도 했다.
또 "최순실 씨가 중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되었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최순실 씨의 불법 행위에 자신이 어느 정도 개입돼 있었는지, 안종범 전 수석이 검찰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 말한 것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야당과 국민들의 '하야 요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만 한다"며 사실상 하야 요구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개인사를 언급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대통령은 "홀로 살면서 개인사를 챙겨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 최순실 씨로부터 도움을 받고 왕래했다"며 "앞으로는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며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에서 자신의 책임을 '사사로운 인연을 끊지 못한 것'으로 축소했다.
물론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 수사진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황에서 "모든 진상 규명을 검찰에 맡긴다.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언급은 진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통령의 두번째 담화문에 대해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은 진정성 있는 책임의 자세였다. 하지만 두번째 담화문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변명과 알맹이 없는 원론적인 수준의 해명, 그리고 불우한 개인사에 호소하는 모습 뿐이었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