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같은 동물병원서 수술 받은 반려견 3마리가 죽었습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보자 Y씨


[인사이트] 장형인 기자 =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던 강아지 3마리가 한 동물병원에서 성대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원인 모를 이유로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제보자 Y씨는 "자식같이 키우던 반려견 3마리를 하루 아침에 잃었다. 같은 동물병원서 성대 제거 수술을 받고 벌어진 일이다"고 인사이트에 제보했다.


서울시 동작구에 사는 Y씨는 검은색 포메라니안 까미와 범이, 말티즈 솜이와 뭉치 총 4마리를 키웠다.


4마리를 동시에 키우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사료를 주는 것과 용변을 치우는 것도 일이었지만 '4마리 반려견들이 짖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민원을 셀 수도 없이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Y씨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 강아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성대 제거 수술'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힘든 결정 이후 Y씨는 4마리 중 가장 시끄러운 범이, 송이, 뭉치를 데리고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A동물병원을 찾았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보자 Y씨


녀석들을 진찰한 B수의사는 수술 전 "성대 제거 수술은 중성화 수술만큼 간단한 수술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Y씨를 안심시킨 후 19일 오전 9시 30분 수술을 진행했다.


그런데 사건은 수술 직후 벌어졌다.


수술 후 B수의사로부터 "항생제 주사만 맞으면 된다"는 말을 들은 Y씨는 그 말을 믿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3마리 중 범이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술 이틀 뒤인 21일,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이상한 악취를 풍기는 범이의 상태가 걱정된 Y씨는 A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B수의사는 "내일 병원을 찾아 주사만 맞으면 괜찮아진다"고 답했다.


하지만 Y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집 근처 24시 병원을 찾았고 곧 수의사로부터 범이의 수술 부위에 염증이 발생해 고름이 가득 찼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실제 범이의 목에서는 주사기 3개 분량의 염증이 나왔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보자 Y씨


응급 처치를 받은 후 범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Y씨는 다음날(22일) A동물병원을 다시 찾았다.


수술 받은 3마리의 상태를 진찰하던 B수의사는 비교적 상태가 양호했던 솜이와 뭉치에게 주사를 맞힌 후 범이의 수술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보호자 Y씨의 동의도 없이 말이다.


진료를 보던 테이블에서 바로 응급 수술을 진행한 B수의사는 치료를 위해 절개한 부위를 두루마리로 닦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였다. 곁에서 그를 돕던 간호사도 소독도 하지 않은 맨손으로 수술 도구를 만졌다.


불결한 위생 상태에 Y씨가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하는 사이, B수의사는 발톱을 자를 때 사용되는 인두를 가지고 범이의 목에 갖다 댔다. 치료 중인 염증에서 나오는 고름을 멈추게 하려는 의도였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보자 Y씨


Y씨는 "그런 상황에도 나는 B수의사를 믿었다. 또한 폐렴이 의심된다는 진단에 입원을 시키기까지 했다"며 "하지만 범이는 B수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후 정확히 다섯 시간 뒤 눈을 감았다. 사인은 패혈증이었다"고 설명했다.


Y씨에 따르면 B수의사는 범이가 입원한 지 2시간도 안 지나 그녀에게 범이를 치료하지 못하겠다며 대학병원으로 데려가라고 전화했다.


이에 놀란 Y씨는 황급히 범이를 데리고 집 근처 24시 동물병원에 맡겼지만 그사이 상태가 악화된 녀석은 고통 속에 눈을 감았다. 담당 수의사는 소견서에 "저혈당을 동반한 패혈증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었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범이와 같이 수술을 받았던 솜이와 뭉치도 동일 증상을 보이면서 각각 24일, 26일 숨을 거둔 것이다. 사인은 범이와 마찬가지로 '패혈증'이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보자 Y씨


Y씨는 “건강하던 녀석들이 비위생적인 수술을 받은 후 목숨을 잃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B수의사는 사과의 전화도 없다. 고통 속에 떠난 녀석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B수의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위생 관리라는 기본도 지키지 않고 엉터리 수술을 진행한 B수의사에게 또 다른 희생양이 나오지 않도록 엄중 처벌을 받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사이트는 3마리 강아지의 수술을 진행한 B수의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전화 인터뷰에 응한 B수의사는 "수술 후 염증 반응은 자주 일어난다. 염증을 잡기 위해 항생제 주사를 놨고 이후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며 "나 또한 3마리 강아지가 죽은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