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정희정 기자 =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들에게 사과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초등학교에서 동급생들에게 폭력과 집단 괴롭힘을 당한 학생 A양이 가해 학생들에게 욕을 했다는 이유로 사과문을 쓸 것을 요구받은 것이다.
9일 CBS 노컷뉴스는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B 초등학교 5학년생인 A양이 지난 4월부터 약 두 달 동안 같은반 학생 4명에게 지속적으로 폭력과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A양 가족과 학교를 인용해 보도했다.
가해 학생들은 A양의 머리와 뺨을 여러차례 때리고 괴롭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찾아와서 뺨을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며 "학교 가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OO가 등을 시려울 정도로 때렸다"며 "OO와 나머지 친구들은 옆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며 비웃었다"고 전했다.
A양의 폭로에 해당 초등학교는 학교폭력위원회를 열고 가해학생들에게 서면 사과와 교내 봉사활동 150분 등을 결정하면서 사건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얼마 뒤 가해학생 4명과 A양의 입장이 바뀐 채 다시 학폭위가 열렸다. A양이 가해학생 4명에게 3~4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A양이 가해학생 신분이 된 것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양은 자신의 욕설을 인정했고 '서면 사과'가 결정돼 결국 사과문을 쓰게됐다.
A양의 변호사 삼촌이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받을 당시에 한 소극적인 저항이다"며 "이런 저항조차 인정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을 당해도 '가만히 있으라'는 교훈밖에 남길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는 "4명의 학생이 A양에게서 욕설을 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돼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A양이 적은 심경변화서를 보면 "제가 가해자가 되어서 억울합니다"며 "처음에는 터무니가 없어서 하루종일 울었습니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어 "항상 학교에서 나를 도와 줄 것 같았는데 전혀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여서 이불 속에 숨기도 하였습니다"라고 믿었던 학교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즐거워야 할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학교 생활이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찬 가운데 아이들의 꿈과 안전을 지켜줘야 할 학교가 제 할일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