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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에서 1억으로’ 사채꾼에 쫓겨 자살 결심

경기북부지역의 한 읍내에서 다방을 하는 A(59·여)씨는 사채꾼에 쫓겨 자살을 결심하고 나서 유서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 gettyimages

"
가난은 죄가 아니건만 돈이 없어서 인간 구실을 못한 것이 가장 억울하고 분하고 슬프다. 사채꾼 ㅇㅇㅇ, 욕설에 협박에 구타에 견디기 너무 어려워 그냥 죽는 길을 택한다."

 

경기북부지역의 한 읍내에서 다방을 하는 A(59·)씨는 지난달 말 자살을 결심하고 나서 이 유서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불어나는 사채 이자를 갚지 못해 협박과 감금을 당한 게 34개월 전부터였다.

 

'죽여버리겠다'는 위협은 예사, 전화기 너머로 각종 험한 말이 쏟아지는 통에 벨 소리가 울리기만 해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2년 전 A씨와 다방 여종업원 B(30)씨는 김모(46)씨 부부 일당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이자를 갚아나가는 '일수'를 쓰다가 나중에는 원금의 10%를 떼고 빌린 뒤 다달이 이자를 갚는 '달변'을 썼다.

 

처음에는 돈이 필요해 돈을 빌렸지만, 나중에는 돈을 갚으려고 돈을 빌렸다.

 

경매방식으로 곗돈을 타는 '낙찰계'까지 손을 뻗쳐 이자의 돌려막기가 계속됐다.

 

A씨가 빌린 돈은 100만원 일수에서 수천만원을 넘겨 급기야 1억여원에 이르렀다. B씨 역시 사채 2천여만원을 썼다.

 

A씨는 김씨 부부 집에 붙잡혀가 돈을 갚으라며 일주일을 감금당하기까지 했다.

 

A씨는 지인과 자식들한테도 손을 벌리며 꾸역꾸역 6천여만원을 갚아냈다. 그럼에도 빚은 아직 7500만원이 남아 있었다.

 

유서 말미에는 "가장 불쌍한 건 내새끼들,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해 가슴 아프다"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는 꿈도 못꿨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A씨를 경찰서에 데려와 조사를 하는 와중에도 협박 전화가 이어질 만큼 김씨 일당은 가혹하고 집요했다.

 

경기도 의정부경찰서는 23일 김씨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김씨의 아내 조모(46)씨와 전주(錢主) 김모(66·)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높은 이자를 챙기는 불법 사채는 한번 발을 담그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고 폭행과 협박 등 2차 피해에 시달릴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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