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17년 전 오늘, 씨랜드에서 벌어진 참사를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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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성보미 기자 = 17년 전 오늘, 경기도 화성시의 한 수련회장에서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다.


1999년 6월 30일 늦은 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소망유치원, 마도초등학교 등 어린이 497명과 인솔교사 47명 등 모두 544명이 잠들어 있었다.


불은 수련원 2층 C동 301호 방 안에 피워둔 모기향이 이불에 옮아 붙었거나 전기 누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으나 끝내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건물은 삽시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잠결에 놀란 어린이와 선생님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하지만 정작 불이 붙은 301호 어린이 18명은 곤히 잠들어있었으며 누구도 아이들을 구조하러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잠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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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호 어린이 18명 외에도 불길을 피하지 못한 19명의 어린이와 인솔교사 4명 등 총 23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중에는 영웅도 있었다. 마도초등학교 김영재 교사는 오로지 제자들을 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불길 속에 뛰어들었다.


그는 30여분동안 인솔학생 42명을 일으켜 깨우며 "아래층으로 뛰어라!"고 소리쳐 전원을 구조했으나, 정작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을린 채로 발견됐다.


인사이트故 김영재 선생님의 영결식


하지만 이들의 이토록 안타까운 죽음 이면에는 씨랜드 수련원 측의 비리가 숨어있었다.


씨랜드 측은 화성군청 공무원과 시공 회사 및 감리회사 관계자들을 매수했고, 그 결과 화성군은 씨랜드 건축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을 발견했으나 이를 눈감아줬다.


검찰은 화성군 공무원 6명과 씨랜드 대표, 건축 및 감리회사 관계자, 소망유치원장 등 16명을 구속 기소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사고는 이미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잊혀졌지만 유가족들의 슬픔과 생존자들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당시 6살 아들을 잃은 전 필드하키 국가대표 선수 김순덕 씨는 정부에 항의 편지를 보내고 국가로부터 받은 모든 훈장을 반납했다. 그리고 아이가 죽기까지 이를 방치한 정부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국가에 실망한 그녀는 1년 뒤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또 그곳에서 살아남았던 한 소녀는 현재 24살의 어엿한 성인이 되었으나 아직도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었다. 생존자의 근황은 최근 언론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불시에 발생하는 사고는 일일이 막을 수 없지만 사전에 방지할 수는 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사고에 철저한 규정을 갖추고 안전 상식이 만연하기를 많은 이들은 염원하고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