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구은영 기자 = 선임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한 군인이 스스로 총을 겨누고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했다.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 강원도 철원의 한 부대에서 복무 중이던 박모(22) 일병은 선임병에게 질책을 받은 뒤 동반근무자와 군 생활에 대한 회의적인 대화를 나누고 새벽 4시쯤 스스로 턱에 총을 겨누고 자살했다.
평소 대학교에서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다닐 정도로 성실한 학생이었던 박 일병은 군 입대 7개월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와 가족들은 넋을 놓고 오열했다.
당시 연락을 받고 초소로 달려간 박 일병의 어머니는 평소 연락을 하고 지냈던 박 일병의 선임인 임모씨의 손을 붙잡고 "우리 아들 너희랑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아들을 잘 보살펴주겠다고 약속했던 임씨는 박 일병을 죽음으로 내몬 결정적 가해자 중 한 명이었다.
임씨는 자살 직전 박 일병에게 폭언과 협박을 퍼부었고 사건 이후 관물대에는 임씨가 쓰게 한 노예계약서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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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은 모두 임씨 등 총 6명으로 그 중 5명은 직접적인 가혹 행위를 가했다.
가해자 유모씨는 교정기를 낀 박 일병의 입을 가격했고 김모씨는 박 일병의 가족과 함께 밥을 먹으며 친밀감을 표시하면서도 뒤에서는 성희롱을 일삼으며 자신의 업무까지 떠넘기는 등 박 일병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헌병수사보고서에는 박 일병이 선임병으로부터 12회 이상 폭행과 모욕을 당한 사실이 확인됐고 국군 수도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박 일병이 지속적인 선임병들의 괴롭힘으로 스트레스가 누적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후임병들의 진술과 함께 박 일병 외 소수의 피해자들도 속출하면서 가해자들은 범행 사실을 시인한 상태다.
최근 열린 군재판부 1심에서는 폭행 및 가혹행위 혐의로 5명에게 집행유예를, 1명에게 벌금형이 각각 선고됐다. 이들은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타부대에서 군생활을 하도록 조치한 상태다.
이에 군 검찰은 선고 결과에 불복해 핵심 가담자인 3명을 항소했으며 나머지 3명에 대해서도 항소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
군 관계자는 "많이들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군 검찰이 적극적으로 항소해 엄밀히 처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일병의 누나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끔찍한 행위를 저지르고도 일반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분하다"며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은영 기자 eunyoungk@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