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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원들 구조 기다리는 사이 캔맥주 마셨다

2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는 1등 기관사 손모(58)씨와 3등 기관사 이모(25·여)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
이 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배다."(갑판장), "그래 맞다."(선장)

 

세월호 참사 보름가량 전 3등 기관사가 들었다고 법정에서 밝힌 대화다.

 

승무원 15명의 재판이 피고인 신문에 접어들면서 승무원들이 직접 당시의 상황을 법정에서 증언하고 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발뺌 속에도 검찰의 추궁에 하나씩 털어놓은 기억들은 승무원들의 무책임과 무능력을 부각시켜 또 한 번 분노를 낳고 있다.

 

2일 광주지법 형사 11(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는 1등 기관사 손모(58)씨와 3등 기관사 이모(25·)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들의 증언으로 기관부 선원들의 사고 당시 행적을 재구성했다. 조타실에 있던 선장 등 갑판부 선원들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416일 오전 850분께 손씨는 자신의 선원실 책상에 앉아있었다.

 

화물이 밀리는듯한 '끼익' 소리와 함께 배가 15~20도가량 기울면서 손씨는 의자에서 떨어졌다.

 

손씨는 상황 파악을 위해 3층 복도로 나왔다. 선원실에 있던 다른 기관부 선원들도 하나 둘 모였다.

 

조타실에 있다가 내려온 기관장은 양손으로 타를 심하게 돌리는 동작을 보였다.

 

조타수가 조타를 심하게 하다가 배가 심하게 흔들리자 조타기를 양팔로 감쌌다고 기관장은 상황을 전했다.

 

손씨는 휴대전화로 아내에게 전화했다. 이씨도 휴대전화를 빌려 부모에게 전화해 "곧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사불란하게 모인 승무원 7명은 선실에 있는 구명조끼를 챙겨입었다.

 

승객에 대해 이야기한 승무원은 조기수(보조 기관사) 1명뿐이었다. "승객들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내용이었고 그 말에 대한 조치는 없었다고 손씨는 진술했다.

 

승무원들은 배가 점차 기울면서 선내 식당 조리원 2명이 굴러 떨어져 다친 장면도 목격했다.

 

얼핏 봐도 크게 다친것 같았지만 여성 조리원의 팔다리를 잠시 주물렀을 뿐 다른 구호조치는 하지 않았다. 이 조리원과 다른 남성 조리원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손씨는 수사 초기 동료 승무원의 부상을 목격했다는 사실도 숨겼다. 죄책감과 함께 함구하라는 취지의 기관장의 말도 있었다고 손씨는 법정에서 주장해 기관장과 다툼이 예상된다.

 

복도에 모여 구조를 기다리는 사이 기관장과 손씨는 캔맥주를 나눠 마셨다.

 

이씨의 선실에서 손씨가 가져온 것이었다. 기관장은 담배도 한 대 피웠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복도에 모여있던 승무원들은 인간띠를 잇듯 손을 잡고 내려가 목포해경 123정 구조 단정에 안착했다. 해경에 의해 가장 먼저 구조된 것이다.

 

다친 조리원, 기관부 선원 1명이 눈앞에서 낙오됐지만 남은 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구조 단정에서 123정으로 옮겨탄 승무원들은 누구도 자신들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서있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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