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9일(월)

"집 와서 맥주 마셨다" 발뺌한 음주운전자 1심 무죄 뒤집혀 유죄

음주운전 단속 직후 "귀가해서 맥주를 마셨다"며 이른바 '술타기' 수법으로 처벌을 피하려던 40대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운전 후 추가 음주 가능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부부의 엇갈린 진술과 수상한 정황을 짚어내 판결을 징역형 집행유예로 뒤집었다.


춘천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근영)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오늘(8일) 밝혔다.


사건은 2024년 12월 강원 원주시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A씨는 만취 상태로 자신의 주거지 아파트 주차장까지 약 4.5㎞ 구간을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차선을 넘나들며 비틀거리는 A씨 차량을 목격한 뒤차 운전자가 112에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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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자택을 찾아오자 A씨는 처음에는 "운전한 적이 없다"며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이후 운전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집에 도착한 뒤 500㎖ 맥주 1캔을 더 마셨다"고 말을 바꿨다. 집 안 식탁에는 실제 빈 맥주 캔과 컵들이 놓여 있었고, 당시 측정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8%였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귀가 후 술을 마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실제 주행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인 0.03%를 넘었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운전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번복하는 등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부부의 엇갈린 증언이 결정적 패착이 됐다. A씨는 아내에게 맥주를 꺼내 달라고 요청해 캔째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아내는 남편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직접 맥주를 꺼내 컵에 따라줬다고 주장했다.


경찰 단속 과정에서 보인 행동도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A씨는 경찰관과 함께 집으로 올라가면서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고, 현관 앞에 도착해서도 즉시 문을 열지 않은 채 휴대전화로 문자 작성을 이어갔다. 부부는 서로 안심시키기 위한 연락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재판부는 집 안에서 술을 마신 것처럼 꾸미도록 지시한 정황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음주운전 적발 직후 처벌을 회피하려 늘어놓은 변명과 행태는 정당한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수사기관과 법원을 기만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지난 2009년에도 음주운전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