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의 미군기지가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차량의 출입을 금지하기로 한 가운데, 우리나라 주요 군사시설에도 중국산 차량 190여 대가 출입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와 통신장치를 통한 군사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 군에는 커넥티드카 출입을 직접 제한하는 별도 규정이 없는 상태다.
2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현 가데나 공군기지는 이날부터 BYD 차량의 출입을 전면 금지한다. 개인 소유 차량은 물론 계약업체 차량과 택시, 배송 차량 등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가데나 공군기지는 태평양 지역 미 공군의 핵심 거점으로,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등 주요 군사자산이 배치된 곳이다. 기지 측은 BYD 차량이 장병과 군사작전에 허용하기 어려운 보안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2026년 10월 18일 중국 상하이 양푸구에 위치한 BYD 익스피어리언스 센터 / GettyimagesKorea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산 차량이 주요 군사시설에 출입 차량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조선일보가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방부와 육·해·공군 주요 시설에 출입 등록된 중국산 커넥티드카는 최소 190여 대에 달한다. 이는 BYD 등 중국산 커넥티드카를 합산한 수치다.
등록 시설에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비롯해 계룡대 육군본부, 지상작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등이 포함됐다.
특히 F-35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충북 청주 제17전투비행단과 국산 전투기 KF-21 1호기가 지난달 처음 인도된 경북 예천 제16전투비행단에도 BYD 차량이 출입 등록돼 있었다.
미국 항공모함이 입항하는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와 해군 잠수함 전력을 운용하는 경남 진해 잠수함사령부 역시 중국산 차량이 등록된 시설에 포함됐다. 다만 출입 등록 사실만으로 해당 차량이 군사시설의 핵심 보안구역까지 실제 진입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지난 2019년 일본 오키나와현 가데나 미 공군기지에서 보안요원들이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미 공군
보안 우려의 핵심은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와 각종 센서, 외부 통신 기능이다.
커넥티드카는 주변 영상을 촬영하고 GPS로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전송될 경우 군사시설 내부 구조와 장비 배치, 병력 이동 경로 등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BYD코리아는 국내 판매 차량의 카메라 영상이 별도로 저장되거나 중국 본사로 전송되지 않는다며 정보 유출 우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BYD코리아는 26일 본지에 "차량 사이버보안과 고객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국내 관련 법규와 보안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는 주행 환경을 인식해 주행을 보조하고, 운전자의 졸음이나 주의력 저하를 감지해 경고하는 데 활용된다"고 밝혔다.
가데나 공군기지 / 미 국방부
특히 영상정보 처리 방식과 관련해 "차량 카메라를 통해 취득되는 영상과 관련 정보는 해당 기능의 작동을 위해 차량 내에서 실시간으로 처리되며, 별도로 저장되거나 BYD코리아가 수집·보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카메라 영상은 국내 서버나 중국 본사로 전송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관련 법규와 보안 기준을 준수하며, 차량 사이버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제조사의 설명과 별개로, 군사시설의 차량 출입 관리 체계에 대해서는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BYD 전기차를 타고 국방부 청사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촬영 기능을 갖춘 스마트안경까지 착용한 채 국감장에 입장해 관련 보안 규정의 부재를 지적했다.
이에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중국산 전기차 출입을 제한하는 규정이 현재 없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영승 합동참모의장도 다음 날 국정감사에서 커넥티드카와 스마트안경 등 정보 수집 기능을 갖춘 기기의 군부대 반입을 규제하는 지침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천기지에서 이륙하는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001호기 / 공군
국방부는 군사시설의 보안 수준과 차량의 정보 수집 기능에 따라 출입을 차등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조국과 관계없이 커넥티드카 전반을 대상으로 국방 보안업무훈령을 개정해 연내 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편 주한미군은 BYD 차량의 기지 출입 제한과 관련해 별도의 정책 변경을 발표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지난 23일 "기지 출입 및 보안 조치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기지 출입 정책에 변경 사항이 있을 경우 적절한 경로를 통해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 기지 출입 정책의 변경 가능성과 관련해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중국산 차량을 통한 국내 군사정보 유출이 실제 확인됐다는 발표는 없다. 차량의 정보 수집 기능이 곧바로 외부 정보 유출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군 당국은 커넥티드카의 보안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구체적인 출입 제한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일본 미군기지의 BYD 출입 금지 결정이 국내 군사시설의 보안 기준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