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최근 입찰 담합 의혹 현장조사...2022년에도 과징금 제재
당시 담합 대상이던 서울 5·7호선 사업, 납품 지연으로 지체상금 발생
지난해 220칸 이어 올해 376칸...서울교통공사 신규 물량 계속 확보
입찰 담합으로 제재받았던 우진산전이 다시 담합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받았다. 과거 담합 대상이던 서울 전동차 사업에서는 납품 지연도 발생했다. 이후에도 같은 발주처의 신규 물량을 확보해 올해 서울교통공사 전동차 376칸을 추가로 수주했다.
지난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우진산전을 현장조사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입찰 담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다른 철도차량 부품업체들도 현장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의 대상 계약과 행위 시기는 공개 확인되지 않았으며, 올해 376칸 수주와의 관련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우진산전
4년 전 담합 제재...경쟁사에 들러리 참여 약속받아
우진산전은 이미 철도차량 입찰에서 경쟁사들과 물량을 나누기로 합의한 사실이 적발된 업체다.
공정위는 2022년 7월 현대로템·우진산전·다원시스의 철도차량 입찰 담합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당시 발표된 우진산전의 과징금은 147억9400만원이었다.
공정위가 확인한 담합은 두 시기로 나뉜다. 2013~2016년에는 우진산전이 입찰에 불참하거나 들러리로 참여해 현대로템의 낙찰을 돕고, 그 대가로 사업 일부를 하도급받기로 했다. 2019년에는 다원시스까지 포함한 3사가 각자 수주할 물량을 사전에 배분했다. 서울교통공사의 5·7호선 신조전동차 사업은 우진산전 몫이었다.
공정위는 합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우진산전 임원이 직접 움직였다고 봤다. 당초 불참하기로 했던 다원시스가 발주처 요청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되자, 우진산전 임원은 다원시스 임원을 만나 들러리 참여를 약속받았다는 것이다. 우진산전은 그 대가로 양사 사이에 진행 중이던 법적 분쟁의 항고를 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우진산전은 담합 가담을 인정하면서도 현대로템의 압박을 강조했다. 2024년 11월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한 곽영진 당시 우진산전 차량사업부장은 가담해서는 안 될 행위였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현대로템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압박한 측면이 크다며 "저희가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징금은 납부했고 감액을 요청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공정위 발표는 달랐다. 우진산전의 역할을 조금 더 부각했다. 2019년 합의에서는 완성차 제작사로서 자사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공정위도 이 합의에는 앞선 담합과 달리 하도급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구분했다.
담합 대상 사업에서 납품도 지연...신규 수주는 이어졌다
문제는 수주 과정에서 끝나지 않았다. 서울 5·7호선 전동차 사업이 납품 단계에서도 지연이 발생했다.
한국신용평가의 2025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우진산전은 해당 사업의 납품 지연으로 지체상금이 발생해 2022년 매출에서 관련 금액을 차감했다. 이후 소송을 거쳐 2023년 약 205억원을 감면받아 매출에 반영했다.
다른 사업에서도 지체상금을 인식했다. 같은 보고서에는 2023년 한국철도공사 1호선·일산선 신조전동차 490량 사업 등에서 지체상금 686억원을 매출에서 차감했다고 적혀 있다.
한신평은 수주물량 확대와 코로나19에 따른 자재 조달·생산 차질 등을 납품 지연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보고서 작성 당시에는 생산능력 확충과 기존 수주물량 소진으로 추가 대규모 지체상금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담합 제재와 납품 지연 이후에도 서울교통공사 발주 물량은 우진산전에 돌아갔다. 26일 우진산전 홈페이지의 수주 연혁을 보면 회사는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1·4·8호선 전동차 220칸에 이어 올해 6·7호선 376칸을 수주했다. 두 해에 걸쳐 새로 확보한 물량만 596칸이다.
발주처도 납품 지연을 막겠다며 평가기준을 손봤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월 376칸 구매사업 설명회에서 계약이행 성실도와 계약질서 위반 사항에 대한 감점 확대, 신용평가 기준 강화, 현장실사 추가 등을 제시했다. 제작 단계에는 표준 공정률 지표를 도입하고, 수행계획보다 일정 공정이 1년 이상 지연되면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조건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추가 발주도 시작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9일 5·8호선 신조전동차 466칸 구매사업의 사전규격을 공개했다. 다원시스와 계약을 해제한 물량을 재발주하는 사업으로, 배정 예산은 부가세를 포함해 약 7526억원이다. 지난 21일 설명회에는 우진산전과 현대로템, 로만시스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