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2일(목)

이준희가 말한 '균형'...삼성SDS, 자사주 소각 없이 깊어진 KKR 동행

1조2200억 CB 투자자에 자본활용 자문 맡기고...KKR 설립 헬릭스 투자에도 참여

국민연금은 '주주 권리 희석' 우려...기존 주주 실익 판단한 이사회에 시선


이준희 삼성SDS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의 '균형'을 강조했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현금 흐름과 투자 계획 등을 고려해 실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구체화한 것은 KKR과의 협력이다. 4월 KKR 운용 펀드로부터 1조2200억 원을 조달했고, 9월에는 KKR이 설립한 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 사이 삼성 계열사들의 자사주 소각은 이어지고 있다. 삼성E&A는 22일 약 78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 가운데 6900억 원어치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S 역시 이 대표가 언급한 자사주 매입·소각을 어떤 조건에서 실행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다. 


이준희.jpg이준희 삼성SDS 대표 / 뉴스1


KKR은 삼성SDS의 투자자이자 자본활용 자문을 맡기로 한 파트너다. 이제는 삼성SDS가 투자하기로 한 기업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관계가 깊어진 만큼 거래 조건과 기존 주주의 실익을 판단한 이사회의 검토 내용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투자받고 자문 맡긴 KKR...그 회사에도 투자


삼성SDS는 4월 30일 KKR 운용 펀드를 상대로 1조22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회사는 투자 유치와 함께 KKR이 6년간 M&A와 자본활용, 글로벌 성장 기회 발굴 등에 관한 자문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사업과 해외 진출에 KKR의 네트워크와 투자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약 5개월 뒤 삼성SDS는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 등 6개사는 9월 29일 헬릭스에 총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5억 달러를, 나머지 5개사가 합쳐 5억 달러를 투자하는 구조다.


헬릭스는 KKR이 설립해 올해 6월 출범한 AI 인프라 기업이다. 대형 데이터센터와 전력·통신망 사업 등을 추진한다. 삼성은 계열사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삼성SDS의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 역량과 GPU 서비스 사업을 소개했다.


그러나 공동발표에는 삼성SDS의 개별 투자액과 취득 지분,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담기지 않았다. 투자에 따른 확정 수주나 매출 규모도 제시되지 않았다. 해외 AI 인프라 시장에 참여할 기회는 설명했지만, 삼성SDS가 얼마를 부담하고 어떤 권리를 확보하는지는 이 발표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투자 판단을 따져볼 지점도 여기다. 자본활용 자문을 맡기로 한 KKR과의 관계가 헬릭스 선정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삼성SDS는 다른 투자 기회와 비교해 어떤 이점을 확인했는지다. 공개자료에서는 KKR이 헬릭스 투자 검토에 관여했는지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협력 관계의 확대와 개별 투자의 타당성은 각각 설명할 사안이다.


국민연금이 짚은 '희석'...이사회는 무엇을 비교했나


서울 송파 삼성SDS 사옥 / 사진제공=삼성SDS서울 송파 삼성SDS 사옥 / 사진제공=삼성SDS


기존 주주의 이해에 관한 문제 제기는 이미 있었다. 국민연금은 3월 삼성SDS 주총에서 CB 발행한도를 670억 원에서 1조5000억 원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에 반대했다. 사유는 “기존 주주의 권리 희석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었다.


한도 확대 이후 발행한 CB의 최초 전환가액은 주당 18만 원이다. 이 가격으로 전액 전환하면 보통주 677만7777주가 새로 발행된다. 전환 후 전체 주식의 약 8.1%에 해당한다. 기존 주주가 보유 주식을 그대로 갖고 있어도 지분율은 낮아진다.


전환가액은 기준주가보다 약 18.3% 높고, 주가 하락에 따른 하향 조정은 배제했다. CB와 전환 주식에는 원칙적으로 6년간 양도 제한도 뒀다. 다만 양도 제한이 전환을 막는 것은 아니다. 전환청구는 2027년 4월 30일부터 가능하다.


삼성SDS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이사회가 CB 발행의 필요성과 조건의 공정성, 기존 주주 이익 보호 방안을 상세히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에는 지분 희석 부담과 KKR 협력의 기대이익을 어떻게 비교했는지 담기지 않았다. 이후 헬릭스 투자 공동발표에서도 삼성SDS의 개별 투자액과 취득 지분,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준희 대표가 ‘균형’을 언급한 뒤 KKR 투자 유치와 헬릭스 투자 참여는 결정됐다. 자사주 매입·소각의 실행 일정은 여전히 제시되지 않았다. KKR과의 협력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지만, 기존 주주가 확인할 수 있는 투자 조건과 환원 일정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