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군대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을 거치며 사이버전, 드론, 인공지능이 전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곧 미래 군사력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AI, 자동화, 전쟁: 군-테크 복합체의 부상'이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전통적인 군산복합체와 구분되는 '군-테크 복합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저자는 막연한 기대나 공포를 넘어 지난 10년간 축적된 군의 AI 활용 사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각국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AI와 군대의 관계, 실제 활용 양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인공지능은 이미 일상을 바꿨다. 로봇과 자동화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군사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진 제공 = 두번째테제
중국은 캄보디아와의 연합훈련에서 소총을 장착한 로봇 개를 공개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정찰 임무에 투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 전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자폭 드론도 AI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AI가 전쟁의 판도와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는 화약, 핵무기에 이은 제3의 군사 혁명이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 책은 과도한 열광에 제동을 건다. 저자 앤서니 킹 교수는 AI가 전쟁을 자동화하지 못할 것이며, 인간 지휘관을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주행을 자동화했지만, 군사 AI가 전쟁을 인간 개입 없이 수행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군의 AI 활용은 주로 데이터 처리에 집중돼 있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드론 영상, 위성사진, 소셜미디어 정보까지 폭증한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하는 능력은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 책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분쟁에서 AI 기반 데이터 처리가 어떤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조직 차원의 변화도 핵심 주제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히 종이를 컴퓨터로 바꾼다고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새로운 기술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려면 조직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미군 최정예 부대 제18공수군단이 실리콘밸리 기업가를 최고 기술 관리자로 임명한 사례는 AI 도입의 올바른 방향을 보여준다.
책의 핵심은 군-테크 복합체의 등장이다. 과거 군산복합체가 군과 방산업체의 결속체였다면, 이제는 군과 테크기업의 긴밀한 협력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넷플릭스, 음악 스트리밍 같은 구독 경제가 확산되듯, 무기 조달도 구독형으로 전환되는 중이다. 군은 거대한 무기를 일회성으로 구매하는 대신, 테크기업이 제공하는 AI 프로그램을 구독하며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AI 모델 최적화는 끊임없는 피드백을 요구한다. 테크기업 직원들이 군사령부에 파견돼 군인들과 함께 작업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군과 테크기업의 관계는 단순한 수요자-공급자 구도를 넘어 대등한 협력 관계로 진화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옮긴이는 후기에서 한국군에 대한 시사점을 강조한다. 군사 AI 발전을 위해서는 군 조직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고, 무기 조달 관련 규제 환경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테크기업과의 협력 확대도 과제로 꼽힌다.
미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비롯한 다양한 국내 AI 기업을 보유해 선택권과 협상력을 갖췄다. 한국 국방력이 외국 테크기업이나 정부의 정책에 제한받지 않으려면 독자적인 군사 AI 모델과 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호황을 맞은 방산업계의 지속 성장, 글로벌 시장 진출과도 직결된다.
현재 한국 방산업계는 자주포, 전차, 전투기, 잠수함 등 재래식 무기를 주로 수출한다. 하지만 드론, 무인 전차, 무인 함정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군사 AI 개발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군과의 체계적인 협력이 필수다. 군과 방산기업 모두 상생과 협력의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사례를 담은 이 책은 군의 AI 전략 설계를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군-테크 복합체라는 새로운 개념은 미래 군대와 전쟁, 평화의 양상까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