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의 입찰 참가 자격을 2년간 제한하기로 결정하면서 대형 방산사업 수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연말 계약을 앞둔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개발사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LIG D&A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을 24개월간 제한하는 처분을 의결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른 최고 수준의 제재다.
이번 처분은 지난 8월 검찰이 발표한 LIG D&A의 뇌물 제공 및 원가 부정 사건에 따른 후속 조치다. 검찰은 LIG D&A 임직원들이 방사청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방산사업의 원가를 부풀리는 등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방사청은 개청 이후 최대 규모의 뇌물 사건이라는 점과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으로 원가 부정행위가 이뤄졌다는 점 등을 고려해 최고 수위의 제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 공군
김일동 방사청 차장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방위사업에서 뇌물 수수와 원가 부정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불법행위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KF-21 유도탄부터 무인수상정까지... 대형 사업 줄줄이 영향권
이번 제재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KF-21에 탑재할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사업이다. 적 전투기를 먼 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는 국산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제재 효력 발생 시점이다. 이번 처분은 회사에 통보된 뒤 5영업일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29일부터 신규 입찰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
LIG D&A가 계약 체결 전까지 제재 효력을 정지시키지 못하면 KF-21 유도탄 개발사업의 업체 선정과 계약 일정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실제 사업 차질 여부는 제재 적용 범위와 향후 법원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LIG D&A가 공개한 국산 장거리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개발 개념도 / LIG D&A
KF-21 유도탄 외에도 LIG D&A가 추진해 온 무인체계와 우주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대표적인 사업은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발이다. 군 당국은 2027년부터 2036년까지 약 6100억원을 투입해 전투용 무인수상정을 국내 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
LIG D&A는 2015년 무인수상정 '해검' 개발을 시작으로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 그러나 내년부터 본격적인 업체 선정 절차가 진행될 경우 입찰 제한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군 정찰위성 분야도 향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업으로 거론된다. 방사청이 후속 정찰위성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LIG D&A의 참여 여부는 사업 일정과 제재 적용 범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전투용 무인수상정 해검-X 조감도 / LIG D&A
LIG D&A는 위성 탑재체와 본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생산시설에도 투자해 왔다. 신규 사업 참여가 제한되면 관련 투자 성과를 수주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해당 업체 외에 적합한 제조사가 없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규정도 있어 모든 방산사업 참여가 일률적으로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LIG D&A 법적 대응 예고... 집행정지 여부가 관건
LIG D&A는 이번 처분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LIG D&A 관계자는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소 사실만을 근거로 제재 처분을 내린 것에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집행정지 신청 등을 진행할 것이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등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핵심 변수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제재 효력이 일시적으로 정지될 수 있다. 반대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예정된 시점부터 신규 입찰 제한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제재 기간이 끝난 뒤에도 입찰 과정에서 신인도 평가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중장기 수주 경쟁력에도 부담이 예상된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 판교하우스 전경 / LIG D&A
LIG D&A가 법적 대응을 통해 제재 효력을 정지시키더라도 뇌물·원가 부정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제재가 주요 무기체계 개발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방사청이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