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2일(목)

[신간] 탄흔

타이완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테크 업계에서 승승장구해온 제헝. 누가 봐도 완벽한 이력을 지닌 그는 후배들에게 롤모델이자, 동료들에게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채워지지 않는 갈망과 억압된 욕망,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허무가 자리하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품어온 우이샹에 대한 애틋한 감정, 드러낼 수 없었던 동성 간의 끌림, 그리고 어떤 희망도 품지 말아야 한다는 냉정한 자기 검열. 제헝의 이야기를 축으로 펼쳐지는 아홉 개의 단편은 각자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발버둥 치는 인물들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서로 엮이고 맞물리는 이들의 삶은 경쟁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현대인의 자화상과 닮아 있다.


지난 2022년 타이완문학상 금전상과 신인상을 동시 석권하며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데라오 데쓰야는 타이완대학교를 나와 구글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자신의 이력을 토대로 첫 소설집 '탄흔'을 세상에 내놓았다.


9791193866566.jpg사진 제공 = 드롬


작가는 성공한 엘리트의 화려한 전면만이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좌절과 공허함,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날것의 욕망과 수치심까지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의 날선 진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타이완의 저명한 작가 홍밍다오는 이 작품을 "최근 나온 작품 중 가장 가학적이면서 도발적"이라 표현하며, "지금 타이완이 마주한 허무를 세밀하게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23년 미국에서 영어로 번역 출간돼 해외 독자들에게도 강렬한 반향을 일으킨 '탄흔'이 한국 독자와 만난다.


"불편하고 섬뜩하다. 그런데도 눈을 뗄 수 없다"는 반응처럼, 이 작품은 무한 경쟁 시스템에 갇힌 현대인의 치열한 생존과 그 이면의 고통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벗어날 것인가, 그 안에 머무를 것인가. '탄흔'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