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사업 전반의 전략을 담당할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2028년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계 구축을 목표로 스마트공장과 부품 조달 조직을 정비한 데 이어 사업 전략까지 강화하면서 로봇 개발부터 양산, 판매, 서비스로 이어지는 사업 기반을 구체화하고 있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사업전략실 산하에 'RX사업전략팀'을 신설했다.
RX는 '로보틱스 에브리싱(Robotics Everything)'을 의미한다. 로봇 기술 개발에 국한되지 않고 생산과 부품 공급망, 판매, 서비스 등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다.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 현대자동차그룹
신설 조직의 구체적인 인원과 업무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그룹 계열사별로 분산된 로봇 사업 역량을 연결하고 중장기 투자 방향과 사업화 전략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체계를 총괄하는 'SDF 추진 담당' 보직을 신설하고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 출신 알페시 파텔 상무를 선임했다.
SDF는 공장의 생산설비와 로봇, 물류 시스템 등을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연결해 운영하는 스마트 제조체계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활용해 아틀라스가 실제 생산공정에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로봇이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술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다.
같은 시기에는 '로보틱스부품구매실'을 신설하고 소현성 전 베이징현대 발전기획본부장을 실장으로 선임했다. 아틀라스 양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고 공동구매 등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이다.
SDF 추진 담당이 로봇의 생산현장 투입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 로보틱스부품구매실이 양산에 필요한 부품 조달을 맡는다면, RX사업전략팀은 이들 조직을 연결해 그룹 차원의 로봇 사업 방향을 수립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미국 조지아주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에서 자동차 제조 작업을 학습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와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 배송·서비스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해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등을 담당한다.
현대모비스는 로봇의 관절과 근육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완성차 생산에서 축적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로봇 양산체계를 구축하고, 실제 공장을 기술 검증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로봇과 부품의 물류를, 현대오토에버는 공장과 로봇을 연결하는 시스템 통합을 지원한다. 로봇 개발부터 부품 생산, 제조, 물류, 운영까지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활용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아틀라스 2만5000대 이상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생산 현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첫 투입 장소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다. 아틀라스는 2028년부터 자동차 부품을 조립 순서에 맞게 분류하고 배열하는 '서열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대자동차그룹이 CES 2026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이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으로 작업 영역을 확대하고, 무거운 물체를 반복적으로 옮기거나 작업자에게 위험할 수 있는 공정에도 단계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기아 역시 2029년 하반기 미국 오토랜드 조지아 생산공장에 아틀라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HMGMA에서 확보한 운영 경험과 작업 데이터를 활용해 그룹 내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이를 위한 로봇 훈련시설도 가동에 들어갔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열고 아틀라스의 제조 현장 투입을 위한 학습과 검증을 본격화했다.
RMAC은 실제 자동차 제조환경을 구현해 아틀라스가 부품 분류와 자재 이동 등 다양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공간이다.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공과 실패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모델에 반영하고, 개선된 로봇을 현장에 재투입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높인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내년 RMAC을 현재보다 약 10배 큰 시설로 확장할 계획이다. 자동차 제조뿐 아니라 물류, 항공우주, 반도체, 식음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작업도 발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판매에 유지관리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결합한 서비스형 로봇(RaaS)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룹 내부 생산시설에서 성능과 경제성을 검증한 뒤 외부 제조·물류 기업 등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CES 2026 현대자동차 부스에 전시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ATLAS와 등에 로봇암이 장착된 스팟 / 현대자동차그룹
이번 RX사업전략팀 신설은 현대차그룹 로봇 사업의 무게중심이 기술 개발에서 대량생산과 사업화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로봇을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제조 역량과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모델까지 구체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연간 3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실제 판매로 연결하려면 과제도 남아 있다. 핵심 부품의 안정적인 조달과 제조원가 절감은 물론 장시간 가동에 필요한 내구성과 작업 정확성, 사람과 함께 일하기 위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2028년 HMGMA에 투입되는 아틀라스가 실제 생산공정에서 효율성과 경제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사업화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내부 생산 현장에서 축적한 기술과 운영 경험을 외부 제조·물류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