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모 세종리더십 연구자가 26년간 '세종실록'을 연구해 펴낸 '세종, 위대한 생각'이 출간됐다. 국역본 기준 1만 8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열여덟 번 완독한 끝에 가려낸 세종어록 100개가 담겼다.
저자는 '세종실록' 속 세종의 육성 중에서 오늘날 리더와 직장인이 함께 읽어야 할 문장들을 선별했다.
왕위 계승의 위태로운 순간을 지나 임금이 된 청년 세종의 이야기로 시작해, 인재를 알아보고 쓰는 인사, 백성의 생업을 돌보는 민생, 조선다운 문화를 세우는 문명, 평온할 때 위기를 준비하는 국방,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살피는 법치, 사람을 탓하기보다 구조를 고치는 과학기술까지 다뤘다. 마지막 장에서는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의 소명과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본 자기 리더십을 조명했다.
사진 제공 = 글꽃
박현모 저자는 세종의 말을 단순한 명언으로 박제하지 않았다. 발언이 나온 배경과 신하들의 논쟁, 세종의 결정과 그 결과를 함께 제시해 말의 표면 너머 의중을 읽는 '말귀', 한 사안을 여러 층위에서 보는 '겹눈', 때와 사람에 맞게 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세종식 경청법인 '상문숙찰'이다. 상문은 말하기에 앞서 먼저 자세히 듣는 것으로, 겉으로 드러난 말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뜻까지 들으려는 태도를 뜻한다.
숙찰은 그렇게 들은 내용을 깊이 살피고 숙고하는 것으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어떤 사실과 맥락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한 뒤 비로소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다.
그다음이 말하라는 간언이다. 세종은 경청이 단순한 덕목이 아니라 더 나은 판단과 결정을 이끄는 리더의 핵심 역량이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이 책은 '세종실록'에 기록된 32년 국정을 6조 체계 순서로 서술했다. 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공조의 순서로 구성한 것은 저자가 오래전부터 시도해 온 '세종의 눈높이' 독법이다. 결과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제3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국왕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세종의 고뇌와 압박, 갈등을 여섯 영역으로 나누어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조 편에서는 "법 때문에 훌륭한 사람을 못 쓰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말을 통해 단점보다 장점을 보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세종의 사람 쓰는 도를 보여준다.
호조 편에서는 "널리 묻고, 정밀하게 연구하여 민폐가 없게 하라"는 말로 현장에서 답을 찾고 백성의 삶을 살린 경제 지혜를 담았다. 예조·병조·형조·공조 편에서는 문화 국격, 안불망위의 안보, 억울함 없는 법치, 사람을 탓하지 않고 구조를 바꾸는 인프라 구축을 다뤘다.
오늘날 인재경영, 경제·복지, 문화 전략, 위기관리, 사법 정의, 기술 혁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현대 조직 관리에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100개 세종어록의 원문은 '세종실록'에서 길어 올렸기 때문에 모두 한자이고 속뜻이 깊다. 저자는 한자에 갇혀 있던 세종의 통치 철학을 오늘날 리더들이 즉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혜로 풀어냈다.
서예가 강병인은 쉬운 우리말로 풀어 쓰되 우리말의 운율과 고움을 살려 멋글씨를 썼다. 그는 세종의 말을 단정하게 옮겨 적는 데 머물지 않고 육성, 즉 보이고 들리게 했다.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과 제자 원리, 판본체와 궁체를 바탕으로 각 문장에 담긴 뜻과 소리를 글씨로 풀었다.
서예가 요구하는 기운생동을 바탕으로 때로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바위의 힘과 매미의 날개 같은 가벼움을 용필의 빠름과 느림, 가볍고 무거움, 획의 성김과 빽빽함 등으로 표현했다.
"의논하자!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는 젊은 임금의 서툴지만 진솔한 마음을 담기 위해 왼손으로 썼다.
"살고 살리는 기쁨"에서는 'ㅂ'을 다섯 개로 널려 삶의 흥과 기쁨이 퍼져 나가는 모습을 글자 안에 표현했다. "모두가 하늘 백성이다"에는 훈민정음의 바탕 체계인 천지인과 음양의 변화, 즉 순환의 원리를 불러와 작품으로 승화했다.
문장의 뜻을 읽고, 글씨의 표정을 보고, 세종의 목소리를 마음속으로 듣는 경험.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육성'이다.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인문학적 통찰과 예술적 감수성을 겸비한 리더가 진정한 성과를 만든다는 점에서 100개의 어록글씨는 예술의 가치와 인공지능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존중의 시대정신을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