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토)

"심근경색 의심되는데 가까운 응급실로"…구급대원 '현타' 오게 한 보호자의 악성 민원

심정지 위기에 놓인 응급 환자를 전문 병원으로 이송하려던 구급대원이 보호자의 억지 요구와 악성 민원에 부딪혀 곤욕을 치른 사연이 알려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현직 소방 구급대원 A씨는 "요즘 진짜 그만두고 싶다"며 최근 겪은 출동 일화를 털어놨다. A씨는 밤 9시께 늦은 식사를 하던 도중 "80대 어르신이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한다"는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에 나섰다.


현장에 도착해 환자 상태를 확인한 A씨는 심전도 검사에서 QRS 파형이 늘어지고 T파가 역전되는 등 심근경색이 강력히 의심되는 위급 상황임을 파악했다. A씨는 심장 질환 진료와 응급 시술이 가능한 전문 병원을 즉각 섭외하고 이송 준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환자 보호자가 발목을 잡았다. 보호자는 전문 진료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가자고 생떼를 부렸다.


A씨는 "인근 응급실에는 당장 심장 질환을 다룰 전문의가 없어 가봤자 재이송 절차를 밟느라 골든타임만 날린다"고 반복해서 설명했으나, 보호자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현장과 구급차 내부에서 실랑이가 이어지자 A씨는 답답한 마음에 큰 소리를 내며 거듭 설득을 시도했다.


구1.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보호자의 완강한 요구가 계속되자 A씨는 결국 바디캠을 켠 채 "원하는 대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되 사후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보호자가 져야 한다"고 고지한 뒤 이송을 진행했다.


예상대로 인근 응급실 분류소에서는 심장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환자 접수를 거부했다. A씨는 환자를 들것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구급차를 돌려 당초 섭외해 뒀던 전문 병원으로 재이송을 마쳤다.


문제는 출동 다음 날 아침 발생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려던 A씨에게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보호자가 "환자를 빨리 이송하지 않았다"며 소방서에 정식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소방 조직 내부 상급자마저 A씨를 향해 "왜 보호자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느냐"고 질책을 쏟아냈다.


A씨는 "다행히 현장 바디캠 녹화 영상이 남아 있어 법적·행정적 징계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게 요즘 현직 소방 구급대의 진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응급 의료 현장의 악성 민원과 내부 관리직의 무책임한 처신에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네티즌들은 "전문가 말을 안 듣고 고집부려 골든타임을 낭비해 놓고 적반하장으로 민원을 넣는 행태는 처벌해야 한다", "현장에서 애쓴 대원을 감싸기는커녕 내부에서 쿠사리를 준 관리자가 더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구2.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