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토)

김승연 회장이 27년째 지켜온 약속...한화 점자달력, 누적 100만부 넘어 올해도 4만부

손끝으로 날짜를 더듬어야 하는 이들에게 새해 달력은 당연한 물건이 아니었다.


26년 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 시각장애인이 보낸 편지 한 통을 읽었다. 달력을 보기 어렵다는 사연이었다. 김 회장은 "시각장애인도 새해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한화 점자달력'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 약속은 2027년에도 이어진다. 19일 한화그룹은 '2027 한화 점자달력' 4만부를 제작해 이날부터 신청 접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 사진제공=한화그룹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 사진제공=한화그룹


첫해인 2000년 제작 부수는 5000부였다. 이후 27년 동안 한화는 단 한 해도 달력 발행을 거르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누적 배포량은 100만부에 이른다.


한 사람의 사연을 흘려듣지 않은 김 회장의 결정은 사반세기를 이어온 한화그룹의 대표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시각장애인은 약 25만명에 이르지만, 한 해 제작되는 점자달력은 5만부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4만부를 한화가 만들어 무료로 나누고 있다. 김 회장의 제안이 없었다면 상당수 시각장애인의 벽과 책상에 새해 달력이 놓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올해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1926년 11월 4일 반포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사진_1]_2027 한화그룹 점자달력.jpg2027년 점자 달력 / 사진제공=한화그룹


한글 점자가 시각장애인에게 글을 열어줬다면, 김 회장이 시작한 점자달력은 그 글로 '시간'을 읽게 해준 셈이다. 한화는 점자가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과 자립을 돕는 필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해, 김 회장이 강조해 온 '함께 멀리' 철학을 점자달력 나눔으로 실천하고 있다.


2027년 달력은 점자와 일반 활자를 나란히 표기해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쓸 수 있다. 날짜와 요일은 물론 음력·절기·공휴일까지 점자로 확인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글씨의 농도와 크기 등을 조정하고 가독성을 높였다. 제작에는 사회적기업 '도서출판 점자'가 참여했다.


꾸준한 나눔은 외부의 인정으로도 이어졌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한글 점자의 날' 기념식에서 점자달력 100만부 제작·배포 공로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한화 점자달력을 꾸준히 써온 시각장애인 신혜령 씨는 "매년 달력을 받으면 새해가 시작됐음을 실감한다"며 "날짜를 확인하고 중요한 일정을 스스로 챙길 수 있어 일상에서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_2]_2027 한화그룹 점자달력.jpg2027년 점자 달력 / 사진제공=한화그룹


한화그룹 관계자는 "점자달력은 시각장애인이 날짜와 일정을 스스로 확인하고 새해를 주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점자달력 제작과 무료 배포를 꾸준히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신청은 11월 13일까지 받는다. 시각장애인 관련 기관·단체는 한화그룹 홈페이지에서, 시각장애인 개인은 한화 점자달력 사무국(02-3426-7500)으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