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열차 좌석에 두고 내린 현금과 명품 지갑 등을 상습적으로 가로챈 SRT 객실장에 대한 해임 징계는 정당하다는 사법부 판단이 나왔다. 유실물 관리를 총괄해야 할 직무상 권한을 사익 추구에 악용한 만큼 고용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오늘(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양상윤)는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주식회사SR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회사가 내린 객실장 파면 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열차 내 승객 잔류 여부와 분실물 수거 업무를 담당하던 객실장 A 씨는 객실 청소원이 건넨 승객들의 유실물을 유실물 센터에 등록하지 않고 자택으로 빼돌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A 씨가 몰래 챙긴 물품은 스포츠 브랜드 가방을 비롯해 명품 반지갑, 무선 이어폰,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외화를 포함한 현금 약 125만 원에 달했다. 검찰은 A 씨의 횡령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사건 직후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A 씨를 즉각 해임했다. 하지만 A 씨는 징계 수위가 지나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고, 노동위원회가 A 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도 기각당한 회사는 결국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회사의 해임 처분이 타당하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열차 객실 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습득한 물품을 집으로 챙겨 횡령한 행위는 직무상 부여된 권한을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비위의 정도가 대단히 무겁다"고 판시했다.
진술 번복 과정에서 드러난 고의성도 무거운 징계의 근거가 됐다. A 씨는 물품 습득 다음 날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다가 뒤늦게 "아내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유실물을 센터에 넘기지 않았다", "물욕이 앞서 판단력이 흐려졌다"며 말을 바꿨다. 재판부는 이를 꼬집으며 고의적인 횡령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A 씨 측은 물건을 피해자에게 돌려주었고 과거 징계 전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은 이미 징계 양정 과정에서 충분히 참작됐다"며 "유실물 관리체계가 무너질 위험성 등을 감안하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