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담뱃세를 부과해 온 호주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직면했다.
합법 담배 한 갑 가격이 60호주달러(약 5만원대)까지 치솟자 값싼 불법 담배로 수요가 이동하면서다. 흡연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불법 담배와 전자담배 확산 영향으로 실제 소비되는 니코틴의 양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주의 합법 담배 가격은 2016년 말 이후 약 3배 올랐다. 현재 한 갑 가격은 60호주달러에 육박하며 가격의 70% 이상이 세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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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합법 제품과 불법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불법 담배는 합법 담배보다 최대 80%가량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높은 담뱃값을 피해 불법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지하 시장도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호주 통계청(ABS)은 2025년 전체 담배 소비량 가운데 불법 유통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약 80%로 추산했다. 2017년 1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다. 정부 기관별 추정 방식에 따라 불법 시장 비중은 약 55~80%로 평가되고 있다.
불법 담배와 전자담배 등에 쓰이는 돈은 연간 약 85억호주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불법 시장에는 조직범죄까지 뛰어들면서 방화와 폭력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결국 호주 상원도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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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법률·헌법위원회는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부에 추가 담뱃세 인상을 즉시 중단하고 세율 인하 방안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단속 강화와 국경 관리 개선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호주 정부가 고율의 담뱃세를 유지해 온 근거는 분명하다. 실제 흡연율은 크게 떨어졌다.
호주 보건복지연구원(AIHW)에 따르면 14세 이상 인구의 매일 흡연율은 2022~2023년 8.3%에서 2025년 5.6%로 낮아졌다. 2001년 19.5%와 비교하면 20여 년 만에 3분의 1 이하로 떨어진 수준이다.
하지만 '흡연 인구 비율'과 '실제 소비된 니코틴의 양'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ABS 분석에 따르면 호주에서 소비된 니코틴의 양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약 40% 증가했다. 특히 2021년 이후 증가세가 두드러졌으며 불법 담배와 전자담배 등에서 소비된 니코틴이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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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AIHW 조사에서는 최근 1년간 어떤 형태로든 니코틴 제품을 사용한 사람의 비율이 2022~2023년 17.4%에서 2025년 15.2%로 감소했다. 즉 니코틴을 사용하는 사람의 비중은 줄었지만 시장 전체에서 소비되는 양은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수도 직격탄을 맞았다.
호주의 담배 관련 세수는 2020년 약 160억호주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급감했다. 현재 추세라면 2030년에는 약 20억호주달러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FT는 전했다.
호주 정부는 불법 담배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유통망은 온라인과 임시 판매점 등 기존 소매망 밖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흡연자를 줄이기 위해 담뱃값을 끌어올렸지만, 지나치게 벌어진 가격 차이가 오히려 거대한 불법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호주의 담배세 정책도 새로운 갈림길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