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인디텍스 산하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ZARA)가 핼러윈 시즌을 겨냥해 내놓은 아동용 신제품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 수감자 복장을 연상시킨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판매를 전격 철회했다. 과거 유사한 역사적 상흔을 건드려 제품을 폐기했던 전력이 있음에도 디자인 검증 절차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독일 매체 차이트와 이스라엘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라는 지난달부터 39.99유로(한화 약 6만 원)의 가격으로 흰색과 푸른색 세로 줄무늬 패턴이 적용된 어린이용 상하의 세트를 핼러윈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자라
문제는 의상의 디테일이었다. 제품 표면에는 세로 스트라이프와 함께 철조망 형태의 문양이 새겨졌고, 소매 마감은 닳아 해진 것처럼 불규칙하게 연출됐다. 특히 소매 부위에 덧댄 흰 천 패치와 상의 왼쪽 가슴 쪽에 부착된 리본 장식은 과거 나치 수용소에서 수용자들에게 강제로 부착했던 번호표와 식별용 표식을 빼닮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지 반응은 들끓었다. 유럽에서 취재 활동을 펼치는 이스라엘 언론인 돈 길하르는 "핼러윈이 아직 한 달이나 남았음에도 자라가 나치 강제 수용소 스타일이라는 또 다른 악몽 같은 아이디어로 유럽 고객들을 경악시키고 있다"고 강도 높게 꼬집었다. 온라인상에서도 "어떤 검수 절차를 거쳐 출시된 디자인인가", "무엇을 나타내려 만든 옷인지 의문"이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수감자들의 줄무늬 죄수복 / auschwitz.net
자라의 나치 상징 논란은 반복되는 모양새다. 자라는 2007년 하켄크로이츠 문양이 수놓아진 가방을 출시했다가 수거 조치한 바 있다. 이어 2014년에는 왼쪽 가슴에 노란색 별이 부착된 줄무늬 셔츠를 두고 서부 개척 시대 보안관 배지라고 해명했으나,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 차별 표식인 '다윗의 별'을 차용했다는 거센 반발을 사며 전량 폐기 처분했다. 같은 계열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 역시 2019년 수용소 복장과 유사한 줄무늬 의상을 선보였다가 비판 끝에 제품을 회수했다.
유대인 권익 단체 클레임 컨퍼런스의 기드온 테일러 회장은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핼러윈 노크에 문을 열었을 때 수용소 복장을 한 아이들을 보게 된다면 비극적인 일"이라며 "그런 상황이 발생해야만 우리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깨닫는다면 옳지 않다. 홀로코스트 교육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우는 메시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