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우승 직후 "군대 안 간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U-23 축구대표팀 주장 이기혁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된 기쁨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경솔한 발언이 국민적 공분을 산 지 하루 만이다. 이기혁은 귀국 현장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이어 사과 메시지를 전하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한국 U-23 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개최국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엄지성(스완지)의 결승골로 아시안게임 4연패이자 통산 최다 우승(7회) 대기록을 작성하며 선수단 전원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됐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도 잠시, 일부 선수들의 언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장 이기혁은 방송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간다"고 발언했고, 박승수(뉴캐슬)는 SNS에 전역모를 쓴 사진을 올려 논란을 키웠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장병들과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실례가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만든 이민성호 이기혁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4/뉴스1
4일 귀국한 이기혁은 취재진 앞에서 먼저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선수단 대표 주장으로서 말의 무게라는 것을 생각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책임을 지고 얘기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거에 대해서 진심으로 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SNS를 통해서도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이기혁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절대로 국가대표 선수로서 태극마크에 대한 무게감, 책임감, 사명감을 가볍게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팬분들께 그리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으신 분들께 실례를 범하고 마음에 상처를 드리고 진심으로 아시안게임을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 드리지 말아야 할 상처를 드린 거 같다"고 밝혔다.
특히 우승의 기쁨에 도취됐던 순간의 실수였음을 인정했다. 그는 "순간의 행복, 도파민, 흥분감에 의해 병역 혜택을 받았다는 거에 포커스를 맞춘 나의 그 발언들, 행동들로 인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계신 팬분들한테 그리고 진심 어린 응원을 해주신 팬분들한테 너무 죄송하고 사과를 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른이라면 말 한마디를 하기 전에 생각하고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너무 가볍게 이야기한 나의 행동에 대해서 반성하고 계속 반성하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선수들이 1대0 승리 후 금메달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2026.10.3/뉴스1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이룬 값진 성과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으로 빛이 바래게 됐다. 병역특례는 국가를 대표해 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지만, 동시에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 제도인 만큼 선수들이 그 의미를 너무 가볍게 여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누리꾼들 역시 "우승은 축하할 일이지만 표현 방식이 잘못됐다", "국가대표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역모 사진을 게시한 박승수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기혁의 사과로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이번 사태는 태극마크의 무게감과 병역 혜택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