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래스카 카트마이 국립공원의 브룩스 강. 어미 곰 한 마리가 뒷다리로 서더니 그대로 성큼성큼 물속을 걸어간다. 아직은 물길이 서툰 새끼 곰 두 마리가 어미의 뒤를 졸졸 쫓는다. 마치 물속 '걸음마 수업'을 연상시키는 이 특별한 장면이 최근 카메라에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독특한 사냥법이 할머니 곰 때부터 3대째 전수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카라파이아(Karapaia)는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곰 가족 영상에 대해 전했다.
유튜브 'Explore Live Nature Cams'
지난달 28일 야생 동물 관찰 유튜브 채널 'Explore Live Nature Cams'에 올라온 영상 속 주인공은 2008년생 암컷 갈색곰인 개체번호 284번 '일렉트라'다. 중간 체구에 빽빽한 털, 금빛 귀와 두드러진 어깨 혹이 특징인 일렉트라는 올해 세 번째 출산을 거쳐 두 새끼를 데리고 브룩스 강에 다시 나타났다.
일렉트라의 특이한 사냥법은 어미 곰인 708번 '아멜리아'에게서 배운 것이다. 아멜리아는 연어를 잡을 때 뒷발로 서서 물속을 걸어가는 습성이 있었다. 어린 시절 호기심 많고 대담했던 일렉트라는 어미의 행동을 그대로 익혔고, 성체가 된 후 자신의 딸(901번)에게도 이 기술을 전수했다. 현재 독립한 901번 역시 어미와 같은 방식으로 연어를 낚는다.
브룩스 강에 모이는 곰들의 연어 사냥법은 제각각이다. 폭포 위에서 솟구치는 연어를 낚아채는 곰, 폭포 아래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곰, 앞발로 누르거나 물속에 얼굴을 박고 찾는 곰, 심지어 물밑에 잠복했다가 덮치는 곰도 있다.
미국 국립공원국(NPS)에 따르면 이러한 사냥 기술은 타고나는 본능이 아니라 대부분 '학습'을 통해 습득된다. 어미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도 하지만, 스스로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거나 여러 방법을 번갈아 사용하는 곰도 있다.
(왼쪽부터) 아멜리아, 일렉트라, 901번 / 유튜브 'Explore Live Nature Cams'
카트마이 국립공원과 협력해 곰 생태를 실시간 중계하는 'Explore.org'의 자연학자 마이크 피츠는 이를 '곰의 문화'라고 설명한다. 피츠는 "곰의 문화 역시 인간처럼 본능이 아닌 사회적 학습으로 유지되는 정보와 생존 전략"이라며 "먹이 위치, 위험 회피법, 사냥 기술 등 생존 지식이 어미에서 새끼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일렉트라 가문의 '두 발 걷기 사냥법'은 이러한 문화 전수의 대표적 사례다.
곰이 뒷발로 서는 행동 자체는 주변 탐색을 위한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그 자체로 위협 신호는 아니다. 사람을 만났을 때도 상대 확인을 위해 일어서곤 한다. 그러나 일렉트라 가족처럼 선 자세로 물속을 누비며 사냥하고, 이를 3대째 계승해 왔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매년 6월 말부터 브룩스 강에는 바다에서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가 밀려든다. 특히 7월은 브룩스 폭포가 연어의 거대 관문이자 곰들의 최고 사냥터로 변모하는 시기다. 이곳에 모인 수많은 곰은 각자의 방식으로 연어 낚시에 열을 올린다.
카트마이의 곰들은 보통 10~11월에 동굴로 들어가 5~6개월간 동면하며, 한겨울인 1~2월 동면 중에 출산한다. 갓 태어난 새끼 곰은 몸무게가 450g에 불과해 어미의 전적인 돌봄을 받는다. 새끼들은 봄에 동굴 밖으로 나온 뒤 약 2년 반 동안 어미 곁에서 생존법을 배운다. 최소 두 번의 겨울을 함께 보낸 뒤 태어난 지 세 번째 여름(5~6월경)이 되면 독립하지만, 일부 어미는 더 오래 새끼를 데리고 다니며 지역 사회의 지식을 전수하는 '문화 전달자'이자 '교사' 역할을 한다.
유튜브 'Explore Live Nature Cams'
현재 일렉트라를 뒤따르는 두 새끼 곰이 할머니와 어미의 뒤를 이어 이 사냥법을 마스터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미에서 새끼로 이어지는 '곰의 문화'가 앞으로 어떻게 계승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알래스카 반도에 위치한 카트마이 국립공원·자연보호구는 약 2,200마리의 갈색곰이 서식하는 광대한 보호지역이다. 도로가 없어 비행기나 배로만 접근할 수 있지만, 대규모 연어 소상과 이를 노리는 곰들을 관찰할 수 있는 세계적 명소다. 직접 방문이 어렵다면 베어캠의 실시간 중계를 통해 연어 사냥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