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과테말라에서 나고 자라 현지 고위 정계 가문 배경까지 갖춘 스물두 살 청년이 병역 의무를 스스로 이행하기 위해 아버지의 조국을 찾았다.
과테말라 한인 이민자 김동준 씨의 막내아들 김민우(안드레스) 씨는 오는 11월 2일 대한민국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한다. 복수국적자 신분으로 국방의 의무를 면할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직접 체득하겠다며 자원입대를 택했다.
민우 씨의 외가는 과테말라의 명망 있는 집안이다. 어머니 아나 구스만 씨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과테말라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이종사촌 외삼촌은 지난해 6월까지 과테말라 공군 참모총장을 역임했다.
속초시
현지에서 탄탄하고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배경을 갖췄음에도 민우 씨는 어느 날 스스로 머리를 짧게 깎은 뒤 부친에게 입대 결심을 전했다. 아들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부친 김 씨는 한국행을 결심하고 복수국적자의 현역 입영 절차를 밟았다.
한국에 도착한 김 씨 부자가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아버지의 고향인 강원도 속초였다. 민우 씨는 조부가 일했던 속초 칠성조선소 터를 둘러보며 집안의 뿌리를 확인한 뒤 지난 12일 속초시청을 방문해 이병선 속초시장과 마주했다.
김 씨와 이 시장은 속초고등학교 동문이자 학창 시절 교내 불교 학생회 활동을 함께한 오랜 선후배 사이다.
1980년대 말 한국 섬유 기업의 중미 진출 물결을 타고 과테말라로 건너간 김 씨는 2007년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차 과테말라 안티과를 방문했던 이 시장과 현지 광장 시계탑 아래서 약속 없이 재회한 인연이 있다. 당시의 만남 이후 19년 만에 이번에는 입대를 앞둔 아들과 함께 속초에서 다시 손을 맞잡았다.
속초 일정을 마친 민우 씨는 강원영동병무지청에서 병역판정검사를 거쳐 최종 현역 입영 통지를 받았다. 이 시장은 "아버지의 나라를 깊이 이해하고자 군 복무에 나서는 민우 씨의 당찬 결심을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