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0일(일)

자폐 아들 두고 떠난 '피터팬 아빠' 전경철, 마지막 여정 공개된다...'실탐' PD가 올린 공지글

중증 자폐 장애를 가진 아들을 혼자 키우며 '피터팬 아빠'로 세상에 알려진 고(故) 전경철 작가의 삶을 기록했던 MBC '실화탐사대' 최철훈 PD가 고인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지난 19일 최철훈 PD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긴 글을 게재하며 전 작가와 함께 보낸 7개월간의 시간을 되짚었다.


최 PD는 지난 2월 전 작가를 처음 만났을 당시를 회고하며 "6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이미 훌쩍 넘긴 간암 말기 환자였던 그는 오직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마지막 힘을 쏟고 있었다"고 전했다.


전 작가는 당시 자신 사후 홀로 남게 될 아들 제원 씨를 위한 안전한 거주시설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최 PD는 "종갓집 5대 장손에 IT 기업 대표로 성공가도를 달렸던 그였지만, 아들의 보금자리를 구해달라며 눈물로 간청했던 그날 밤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방송 후 아들의 거주지가 확보되자, 전 작가는 새로운 목표에 매진했다. 다른 중증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피터팬 재단'을 만드는 것이었다.


0001139346_002_20260920123018421.jpgMBC '실화탐사대'


최 PD의 증언에 따르면 전 작가는 재단 설립에 남은 시간을 온전히 쏟기 위해 항암치료와 진통제 투여를 스스로 중단했다. 약물 부작용으로 정신이 흐려지면 재단 설립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최 PD는 "피를 토하며 극심한 고통을 겪던 밤에도 그는 자신의 상황보다 남겨질 이들의 삶을 먼저 생각하며 응급실 행을 미룰 만큼 재단 설립에 몰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아버지의 눈물로 시작된 동화 같은 이야기가 많은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희망의 빛을 밝히는 현실로 이어지길 소망한다"며 재단 설립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를 요청했다. 최 PD는 현재 전 작가의 마지막 발걸음을 기록한 후속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전 작가의 이야기는 지난 3월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 제원 씨를 27년간 혼자 양육해온 그는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자신이 떠난 뒤에도 아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전국의 장애인 시설을 찾아다녔다.


이후 지난달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해 아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나눴다. 전 작가는 당시 성인이 된 아들을 동화 속에서 영원히 자라지 않는 캐릭터에 비유해 '피터팬'이라고 부르는 배경을 설명하며 "잘생기고 체격도 좋은 청년이지만 정신연령은 2~3세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0001139346_004_20260920123018779.jpgtvN 예능 ‘유퀴즈’


한편, 전 작가는 지난 5일 오후 7시 56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별도 빈소 마련 없이 장례가 진행됐다.


이하 '실화탐사대' 최철훈 PD 전문.


안녕하세요, MBC <실화탐사대> 최철훈 PD입니다.


지난 2월, 저는 아들을 ‘피터팬’이라 부르는 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그는 6개월의 시한부 여명을 이미 훌쩍 넘긴 채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간암 말기 환자였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을 아들 제원 씨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거주 시설을 찾고 있었습니다. 종갓집 5대 장손이자 잘나가는 IT 기업의 대표. 누구에게 쉽게 머리 숙이며 살아본 적 없던 그가, 아들이 살 곳을 찾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던 그 밤을 저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지난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피터팬 아빠’ 故 전경철 씨의 이야기를 방송으로 전했고, 지금도 저는 그 후속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아버님이 아들의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던 2월부터 자신의 남은 생을 걸고 ‘피터팬 재단’을 준비하시던 9월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난 7개월간 저는 아버님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왔습니다.


3월 방송 이후 기적처럼 아들의 거처가 정해졌지만, 아버님의 삶은 오히려 더 바빠졌습니다. 당신과 아들에게 찾아온 기적이 다른 이들에게도 이어지기를, 중증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더는 당신과 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바라며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하셨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떠난 뒤에도 남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아버님은 ‘피터팬 재단’을 설립하는 일에 남은 모든 시간을 쏟으셨습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직감한 아버님은 그때부터 항암치료와 진통제 투약마저 중단하셨습니다. 진통제로 인해 정신이 흐려지고 기력이 떨어지면 재단 설립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면서, 고통을 줄이며 하루를 더 살기보다 맑은 정신으로 남은 시간을 재단에 바치는 길을 선택하신 겁니다.


그 선택이 얼마나 절박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는지 저는 곁에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피를 쏟아냈던 밤에도 그는 자신의 안위가 아닌, 남겨질 사람들의 삶을 걱정하며 당장 응급실로 가기를 주저할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그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한 사람으로서, 한 아버지의 눈물에서 시작된 동화 같은 꿈이 수많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희망을 비추는 등불로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아버님이 남은 생을 바쳐 열어젖히고자 했던 세상이 마침내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래 <재단법인피터팬추진위원회>에 올라온 소식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