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임원 승진 사유가 '수소·전지소재 발굴'...4년 뒤 아모지 그린 암모니아 협약식
2분기 암모니아 계열 매출 2306억원...투자액·공급물량·첫 고객은 아직
2022년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롯데케미칼에서 처음 임원이 됐을 때 그룹이 밝힌 승진 사유에는 수소에너지와 전지소재 신사업 발굴이 들어갔다.
4년 뒤 신 부사장은 롯데정밀화학과 미국 아모지의 그린 암모니아 사업 협약식에 앉았다. 자리와 직함은 바뀌었다. 사업은 다시 수소다.
지난 9일 롯데정밀화학과 아모지는 서울사업장에서 업무협약을 맺었다. 검토 대상은 그린수소 충전소와 분산형 그린 암모니아 발전, 선박연료 공급이다. 신 부사장도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번에는 사업 기회를 찾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롯데정밀화학에는 연간 약 70만t의 암모니아 유통량과 9만3000t의 저장능력이 있다. 원료도 있고 저장시설도 있다. 이제 누가 얼마나 사갈지, 롯데가 원료 판매 외에 어디까지 수익을 가져갈지가 중요해졌다.
뉴스1
암모니아로 이미 2306억원...그린 물량은 3000t부터
14일 롯데정밀화학의 2분기 실적자료를 보면 연결 매출 5863억원 가운데 암모니아 계열이 2306억원을 차지했다. 전체 매출의 39.3%다. 암모니아 상품 1631억원, 요소수 유록스 271억원, 기타 404억원이 포함됐다.
암모니아 상품 매출은 지난해 2분기 986억원보다 645억원 늘었다. 다만 새로운 수요가 한꺼번에 붙은 것은 아니다. 회사는 국제 암모니아 가격 강세에 따른 판매가격 상승을 주된 배경으로 들었다. 유록스는 판매량과 판가가 함께 올랐다.
연간 70만t도 대부분 기존 산업용 암모니아 유통량이다. 그린 암모니아 물량과 섞어 읽어서는 안 된다.
그린 물량은 이제 시작됐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 3월 중국 엔비전이 내몽고에서 생산한 그린 암모니아를 울산항으로 들여왔다. 4월에는 약 600t을 암모니아 추진선에 선박연료로 공급했다. 올해 선박연료 공급 계획은 약 3000t이다.
기존 유통량 70만t과 비교하면 0.4% 수준이다. 아직 매출을 바꿀 물량은 아니다. 대신 울산 저장시설과 해외 조달망, 선박 하역·공급 경험을 그대로 쓸 수 있다. 그린 암모니아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기업과 출발선이 다르다.
아모지와의 협력은 사용처를 늘리는 쪽에 맞춰졌다. 수소충전소에서는 암모니아를 현장에서 분해해 고순도 수소를 만든다. 분산형 발전에서는 연료전지나 내연기관 기반 모듈로 전력을 생산한다. 선박에는 아모지 발전 모듈을 돌릴 암모니아를 공급한다.
롯데정밀화학은 암모니아 조달과 저장·물류를 맡고 아모지는 분해·발전 기술을 댄다. 여기까지는 공개됐다.
그다음이 없다. 롯데정밀화학이 충전소나 발전사업에 직접 투자할지, 암모니아 판매대금 외에 수소·전력 판매 수익을 나눠 가질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아모지에 대한 지분투자나 기술 라이선스 계약도 확인되지 않았다. 원료 공급에서 끝나면 새 판매처를 하나 더 확보하는 사업이다. 발전과 충전사업의 지분을 갖고 수익을 나누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암모니아를 공급해도 롯데정밀화학에 남는 돈은 다르다.
신유열 부사장 / 사진제공=롯데그룹
'수소 발굴'로 상무 단 신유열...미래성장실은 어디까지 관여했나
신 부사장은 2022년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로 합류했다. 같은 해 말 상무로 승진했다. 당시 롯데는 신 부사장이 수소에너지와 전지소재 분야에서 신사업 기회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2023년 말 전무로 승진한 뒤에는 신설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에 선임됐고 올해는 한일 롯데 식품 계열사가 싱가포르에 세운 합작법인의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바이오에서는 대표로 사업을 집행한다. 식품에서는 이사회 의장으로 한일 사업을 묶는다. 롯데정밀화학에는 별도 직책이 없다.
그래서 이번 협약식 참석은 질문을 남긴다. 아모지를 협력사로 고르는 과정과 사업모델 설계에 미래성장실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향후 투자와 사업화 과정에서 신 부사장이 맡을 역할도 알려지지 않았다.
신 부사장이 이번 협약을 직접 주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롯데가 공개한 내용도 협약식 참석까지다. 다만 그는 그룹 신사업을 맡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다. 이후 사업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신 부사장이 처음 임원 명함을 받은 곳은 롯데케미칼이다. 2022년 말 상무로 승진할 때 수소·전지소재 신사업 발굴을 성과로 인정받았다. 이후 지주로 옮겨 바이오와 식품까지 맡았고 이번에는 롯데정밀화학 협약식에 나왔다. 당시에는 사업 발굴이었다. 이번에는 상업화 여부를 따질 차례다.
롯데케미칼은 수소사업에서 2030년 공급량 55만t·누적 투자 1조원·매출 3조원, 2035년 공급량 127만t·누적 투자 3조원·매출 7조원을 목표로 잡았다. 이번 아모지 사업이 이 계획에 포함되는지,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이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롯데정밀화학은 이미 암모니아를 해외에서 들여와 저장하고 고객사와 선박에 공급한다. 아모지와 손잡은 뒤 확인할 것은 그린 암모니아 판매량과 수익 구조다. 이번 발표에는 투자액과 발전용량, 장기 공급물량, 첫 고객사가 담기지 않았다. 롯데정밀화학이 원료 판매 외에 수소·전력 사업의 수익을 나눠 갖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후속 계약이 나와야 신 부사장의 이번 참석을 경영 성과와 연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