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6일(수)

"전기료 25조 선납할래?"...삼성전자·SK하이닉스, 한국전력 제안 '거절'

한국전력이 전력망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제안한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 방안이 무산됐다. 한전은 용인·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려 했지만, 두 회사는 5년 뒤 업황까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4일 한전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삼성전자에 20조원, SK하이닉스에 5조원의 전기요금을 미리 납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두 회사가 낸 전기요금에 각각 5년을 곱해 산정한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낸 전기요금은 약 4조1000억원, SK하이닉스는 약 9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제안을 수용했다면 한전은 한 번에 25조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선납금은 한전이 보관하면서 매달 발생하는 전기요금을 차감하는 구조가 거론됐다.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고, 현금 대신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방안도 논의됐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과 생산량, 전력 사용량을 5년 단위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25조원의 현금을 장기간 묶어두는 데 따른 자금 운용 부담도 작지 않다. 선납액과 실제 전기요금 간 차이가 발생했을 때 처리 방식 역시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반도체 산업단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대규모 송·변전망 투자를 앞두고 있다. 전기요금 조정과 회사채 발행만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지자 전력 사용 기업으로부터 요금을 미리 받는 방안까지 꺼냈다.


한전의 부채는 210조원, 누적 적자는 35조원 규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안을 거절한 뒤 한전이 같은 방식의 선납을 제안한 기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