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3일 취임과 동시에 전국 경찰 지휘부를 소집해 조직 전반에 대한 쇄신 의지를 밝혔다. 그는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경찰은 존재 이유가 없다"며 최근 부실 수사 논란에 대해 조직 차원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개최된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는 '경찰이 부족했습니다. 뼈저린 반성과 철저한 쇄신으로 경찰을 기본부터 다시 세우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이 내걸렸다. 광주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등으로 추락한 경찰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 대행은 모두발언에서 취임 구상이나 비전 제시 대신 반성의 메시지를 먼저 전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소중한 가족의 생사를 애타게 기다리던 분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가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 앞서 경찰헌장을 낭독하고 있다. 2026.9.3/뉴스1
그는 '과연 경찰을 믿어도 되는가'라는 국민의 질문을 직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이 질문을 피하거나 변명하지 않겠다"며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변화와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김 대행은 잇단 부실 대응 사례를 일선 경찰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 전체의 문제로 보고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 경찰관의 잘못만을 탓하고 끝내지 않겠다"며 "어떻게 현장에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왜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원인을 철저히 확인하고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조직에 불리한 사실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건 축소·은폐, 제 식구 감싸기식 조직문화를 근절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에 유리한 사실만을 설명하지 않겠다"며 "잘못이 확인되면 누구의 잘못인지, 지휘·감독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경찰의 성과보다 국민의 안전을, 조직의 체면보다 진실을, 경찰관의 편의보다 국민의 권리를 우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전국 경찰지휘부를 대표해 경찰헌장을 낭독하며 경찰의 기본 가치를 되새겼다. 1991년 경찰청 개청과 함께 제정된 경찰헌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공정한 법 집행, 인권 존중 등 경찰이 지켜야 할 기본 자세를 담고 있다.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이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6.9.3/뉴스1
경찰 지휘부는 경찰헌장 낭독을 통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본연의 사명에 충실할 것을 다짐했다. 김 대행은 헌장 낭독을 통해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본연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경찰의 기본과 원칙부터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실종사건의 접수부터 초기 대응, 수색·수사, 보고·지휘, 종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진행 중인 전국 실종사건 점검에서 부적절한 업무 행태가 확인되면 지위와 직급에 관계없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경찰개혁추진단'을 설치해 조직과 제도뿐 아니라 현장 업무수행 방식과 조직문화까지 원점에서 점검한다. 다음 달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대비한 수사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가수사본부장과 신임 시도경찰청장 14명을 포함해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이 전원 참석했다. 경찰청은 인사발령으로 새롭게 교체된 경찰 지휘부가 현지에 부임하기 전에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연고가 없는 지역에 배치된 전국 시도경찰청장들은 온정주의와 유착의 고리를 끊고 지역 주민을 위한 치안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