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0일(일)

도요타가 꽉 잡은 美 하이브리드 시장... 현대차가 '정면승부' 나섰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도요타 추격에 속도를 낸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하이브리드 수요가 빠르게 늘자 라인업과 현지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빠르게 커지는 하이브리드 수요를 발판으로 이 시장의 강자인 도요타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을 오랫동안 선점해 온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다. 최근에는 캠리와 RAV4 등 주력 모델까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도요타 RAV4 하이브리드 / 도요타도요타 RAV4 하이브리드 / 도요타


이제 현대차도 도요타가 장악한 하이브리드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열린 '2026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까지 북미 시장에 10종 이상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투입하고, 전체 판매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북미에서 판매된 현대차 하이브리드 누적 판매량은 이미 100만대를 넘어섰다.


전기차 주춤할 때 71% 뛴 하이브리드


현대차가 하이브리드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가 있다.


FT에 따르면 현대차의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올해 2분기 전년 동기보다 71%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가 정책 변화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주춤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높은 연료비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충전 부담 없이 연비를 높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가 미국 소비자들의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했다.


투싼 / 현대자동차투싼 / 현대자동차


실제 현대차의 미국 판매도 하이브리드가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48만9656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보다 3% 성장했다. 북미 전체 판매량은 59만5457대로 역대 상반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싼과 팰리세이드, 확대된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미국 판매를 이끌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하이브리드는 수익성 측면에서도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높이면서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소형부터 대형·프리미엄까지 이어지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를 꼽았다.


하이브리드는 이제 현대차의 전기차 전환을 보완하는 차종을 넘어 미국 판매와 수익성을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올라섰다.


차종만 늘리는 게 아니다... 생산도 '미국 안으로'


bad688f210ba4329b5ef938cb01a3b4d.jpg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늘리는 동시에 미국 내 생산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127만대 늘릴 계획이다. 이 가운데 북미에서만 50만대의 생산능력을 추가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한다. 북미 현지 부품 조달 비중 역시 기존 목표인 60%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부담을 낮추면서 수요에 맞춰 생산까지 북미 안에서 해결하는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사이의 선택지도 넓힌다. 내년 상반기부터 EREV를 투입할 계획으로, 싼타페 EREV는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해 600마일 이상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한다.


하이브리드·전기차·EREV를 동시에 운용해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이다.


66913-Large645592025SantaFeHybrid.jpg싼타페 하이브리드 / 현대자동차


FT 역시 현대차가 2030년까지 북미에서 58종의 신차 및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고 중형 픽업트럭 등 새로운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미국 사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도요타가 오랜 기간 쌓아온 하이브리드 고객 기반과 상품 경쟁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다만 현대차가 북미 판매의 절반을 하이브리드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생산과 부품 조달까지 현지화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승부의 무게가 달라졌다.


하이브리드 수요 확대를 발판으로 상품과 생산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현대차의 공세가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와의 격차를 얼마나 좁힐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