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법적 근거 없이 대법관들과 법원행정처장에게 4년 가까이 현금으로 정기 격려금을 챙겨주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매달 나오는 수백만 원대 특정업무경비와 별개로 지급된 부당 격려금 액수만 13억 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오늘(31일) 대법원을 대상으로 정기감사를 벌인 결과 위법·부당 사례 12건을 적발해 9건에 대해 주의를 요구하고 3건은 제도 개선 등을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2022년 1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집행된 대법원 회계 업무 전반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감사원 / 뉴스1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대법관 12명과 법원행정처장에게 총 12억 9900만 원의 격려금을 건넸다. 대상자들은 매월 수령하는 512만 원 상당의 특정업무경비 외에 추가 현금을 정기적으로 챙겼다.
대법관들은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통상 월 2회에 걸쳐 2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받았다.
2024년 5월부터 2025년 9월 사이에는 지급 일자와 액수를 쪼개는 방식으로 매달 100만~400만 원씩 수령했다.
같은 기간 법원행정처장 역시 매월 200만~400만 원을 격려금 명목으로 챙겼고, 대법원장 경호의전팀과 공관 경비대에도 정기적으로 1억 6000만 원이 흘러 들어갔다. 대법원장은 수령 대상에서 빠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자체 규정인 '대법원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상 격려금은 성과가 우수한 부서나 직원에게 지급해야 하며, 법령상 근거가 없는 월정액 형태의 정기 지급은 금지 항목이다. 감사원은 외형상 월정액이 아닌 것처럼 위장해 매월 고정 격려금을 지급한 사실을 적발하고 법원행정처장에게 주의 조치를 통보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관에 대한 격려금은 소부 또는 전원합의체 기일을 전후해 해당 재판에 관여한 대법관과 재판연구관 등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다"며 "처장에 대한 격려금은 사법행정 업무 총괄, 대외업무 수행과 재판 지원 업무 병행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감사 결과를 수용해 격려금이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투명하고 적정하게 집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원
업무추진비와 예산 낭비 실태도 무더기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1억 892만 원 규모의 와인을 사들이면서 구체적인 사용처를 남기지 않았다.
심야 시간대인 오후 11시 이후에 966만 원을 결제했고, 주말과 공휴일에 쓴 액수만 8983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전산장비 유지보수 계약에 포함된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 비용 6억 원을 이중으로 지급하거나 PC 장비를 과다 구매해 쌓아두는 등 주먹구구식 회계 집행이 대거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