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1일(월)

현대차 공장 덮쳤던 美 이민세관단속국, 이번엔 현대차그룹 로봇개 '스팟' 도입 추진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했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이 지배 지분을 보유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 구매를 추진한다.


위험지역 수색과 현장 상황 파악 등에 로봇을 투입해 법 집행 과정에서 요원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미국 국토안보부(DHS) 조달 계획 예고 시스템(APFS)에 따르면 ICE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스팟 로봇 조달' 계획이 지난 27일 공개됐다.


Spot underground in a mine with lidar and other payloads for navigation and inspection스팍 / 보스턴다이나믹스 홈페이지


ICE는 스팟과 관련 부속품을 100만~200만달러 규모로 구매할 계획이다. 입찰 공고 예정일은 오는 9월 4일이다.

조달 문서에는 스팟을 공공안전과 법 집행 업무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위험한 장소에 로봇을 먼저 투입해 원격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위험도를 평가하는 데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ICE는 문서에서 스팟이 "위험하고 좁거나 불안정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원격으로 검사와 상황인식, 위험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현장 요원의 안전과 작전 판단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팟은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이다. 네 개의 다리를 이용해 계단과 장애물, 험한 지형 등을 이동할 수 있으며 사람이 떨어진 장소에서도 원격으로 운용할 수 있다.


An over-the-shoulder view of the Spot tablet shows Spots semi-autonomous manipulation capabilities스팍 / 보스턴다이나믹스 홈페이지


각종 카메라와 센서 등 목적에 맞는 장비를 탑재할 수 있어 산업시설 점검부터 재난·위험지역 대응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특히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을 대신 돌아다니며 현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공공안전과 법 집행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아 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ICE와 현대차그룹 사이에 얽힌 묘한 인연이다.


ICE를 비롯한 미국 당국은 지난해 9월 4일 조지아주에 건설 중이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였다.


당시 불법 체류 또는 체류 자격에 맞지 않는 근로활동 혐의 등을 이유로 약 475명이 구금됐다. 이 가운데 300명이 넘는 한국인이 포함돼 국내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구금된 한국인 상당수는 이후 한미 정부 간 협의를 거쳐 귀국했다.


약 1년 뒤 당시 단속에 나섰던 ICE가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 핵심 기업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대표 제품을 법 집행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구매를 추진하게 된 셈이다.


다만 현재 공개된 조달 문서에는 스팟을 이민자 체포나 사업장 단속에 직접 투입한다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ICE가 밝힌 도입 목적은 위험지역 검사와 현장 상황 파악, 위험도 평가 등이다. 향후 입찰과 계약 절차를 거쳐 실제 도입이 이뤄질 경우 구체적인 운용 범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중심으로 로봇 사업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스팟을 비롯해 물류 로봇 '스트레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현장을 급습했던 ICE가 1년 만에 현대차그룹의 로봇 기술을 법 집행 현장에 활용하기 위한 조달 절차에 나서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