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경찰이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 처리한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온라인에서는 가족이나 지인이 실종됐을 때 신고자가 직접 챙겨야 할 사항을 정리한 이른바 '실종신고 체크리스트'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한 뒤 수사기관의 연락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신고 접수번호부터 담당 경찰관, CCTV 보존 여부와 수사 진행 상황까지 가족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제주 실종 사건을 계기로 실종 수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모습이다.
최근 X(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족이 연락두절 됐을 때 실종신고 십계명'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공유됐다.
가족이 연락두절됐을 때 실종신고 십계명을 정리한 게시물 캡처본 / 온라인 커뮤니티
해당 내용은 탐정 임병수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임병수의 탐정방송'에서 소개한 실종 신고 대응 요령을 일부 누리꾼들이 정리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탐정사무소를 운영해온 임씨는 지난 23일 공개한 영상에서 최근 논란이 된 장미란씨 실종 사건을 다루며 가족이나 지인이 실종됐을 경우 신고자가 확인해야 할 사항을 설명했다.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기록'이다.
임씨는 112에 실종 신고를 한 정확한 시각과 접수번호를 반드시 메모해 두라고 조언했다. 이후 신고가 어떤 경로로 처리됐는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를 접수하거나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의 소속과 이름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 뉴스1
특히 신고 과정에서 단순 가출이 아니라 실종 상황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실종자의 마지막 연락 시각과 확인된 위치, 당시 옷차림과 소지품 등 관련 정보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경찰에 전달할 것을 권했다.
초동 대응 과정에서 CCTV 영상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종자의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장소 주변 상점이나 건물 등에 CCTV가 있다면 영상이 삭제되기 전에 보존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CCTV는 저장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경우가 있어 초기에 확보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경찰로부터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거나 안전을 확인했다는 통보를 받은 경우에는 확인 방식도 구체적으로 물어볼 것을 권했다.
전화 통화를 했는지,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직접 대면했는지 등 실제 어떤 방식으로 본인 확인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해 두라는 취지다.
지난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수사가 장기간 진전되지 않을 때에는 진행 상황을 적극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임씨는 실종 신고 이후 며칠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다면 관할 경찰서 실종수사팀 등 담당 부서에 수사 진행 상황을 문의하고 필요할 경우 책임자와 면담을 요청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확산 중인 해당 체크리스트는 경찰이 공식적으로 배포한 실종 신고 매뉴얼이 아닌 민간 전문가의 조언을 정리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게시물은 공개된 지 약 4시간 만에 조회수 38만회를 넘어서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제주 실종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히 한 경찰관의 일탈 의혹을 넘어 실종 신고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신고를 하고도 가족이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 것이냐", "실종 사건은 초동 대응이 중요한 만큼 신고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절차도 명확하게 안내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지난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한편 제주에서는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 A 경장이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종 신고 접수부터 수사 진행, 종결 과정까지 가족이 확인할 수 있는 절차와 경찰의 설명 책임을 보다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