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논술형 평가를국가교육위원회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오지선다형 객관식 평가 틀을 깨고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대입 개편안을 둘러싼 대국민 숙의 절차에 착수했다. 정답 고르기식 평가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주관식 채점의 공정성 시비와 고액 사교육 시장 팽창, 수험생 학습 부담 가중 등 구조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섰다.
국교위는 29일부터 이틀간 경기 화성시 연수원에서 국민참여위원 203명이 참여하는 미래 대입제도 숙의토론회를 진행했다. 학생, 학부모, 교원, 일반 시민으로 꾸려진 참여위원들은 소그룹 토론을 통해 현행 대입제의 구조적 문제점과 서·논술형 체제 전환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토론 현장에서는 현행 입시가 객관식 정답 찾기와 과도한 서열화에 매몰돼 있다는 진단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대안으로 제시된 서·논술형 수능을 두고는 채점 기준의 객관성 확보 방안과 학교 현장의 평가 전문성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논술 첨삭 과외나 신종 사교육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국교위
채점 공정성 논란을 보완할 대안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 접목이 논의됐다. 이민석 국가AI전략위원회 교육인재분과장은 "AI가 문제나 평가 기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출제와 채점 기준을 결정하고 AI는 이를 토대로 채점 초안과 학생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보조 역할을 맡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문항 출제 기준에 대해 김동진 대입제도 특별위원회 위원은 "어떤 문항이 출제되는지에 따라 많이 다를 것"이라며 학교 정규 교육과정 내 출제 원칙을 강조했다.
입시 방식 개편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한 참여위원은 "명문대 중심의 사회 풍토가 유지되는 한 서술형이든 객관식이든 이런 논의는 반복될 것"이라며 학벌 위주 사회 구조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서·논술형이 부분점수 부여 등 학생 역량을 세밀하게 측정하는 장점이 있지만, 입시 부담 자체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특정 방안을 염두에 둔 졸속 추진이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국교위는 사전 기획설을 일축했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대입제도를 바꾸는 것은 단순히 시험의 형태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초·중·고 교육과 학생들의 학습 변화를 통해 우리 교육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며 "여러분께서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의견을 듣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지실 수 있으나, 논의되는 내용은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 신중하게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국교위 관계자 역시 "서·논술형 평가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사교육을 유발시키는 것은 아닌지 저희도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수능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정말 좋은 교육이고 그것이 대입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10년 계획을 짜고 있기 때문에 속도보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국교위는 앞서 인천, 전남·광주, 대구 등 전국 주요 권역별 경청회와 온라인 의견 수렴을 병행해 왔다. 이번 1박 2일 숙의토론 결과는 향후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에 반영되며, 시안은 오는 10월 말 발표를 거쳐 내년 3월 말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