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됐다가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실종 3개월이 지나서야 피해자 거주지 인근 폐쇄회로(CC)TV 확보에 나섰던 정황이 확인됐다. 유족이 직접 수색 전단을 배포하기 직전까지도 주거지 주변 탐문과 기초 영상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초동 수사 부실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에서 실종됐던 장모(37)씨의 거주지 인근 주민들은 경찰이 8월 중순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주변 CCTV 영상을 확인하러 찾아왔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24일 거주지에서 불과 1㎞도 떨어지지 않은 도보 10분 거리 장소에서 백골화가 진행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2차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피해자 주거지 일대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으며, 제주도에 방범용 공공 CCTV 열람을 요청하는 공문 역시 지난 19일 발송했다.
제주시 애월읍 제주서부경찰서. / 뉴스1
인근 주민 김숙자(70)씨는 "경찰이 실종 사건이 들어와서 그러니 CCTV를 보여달라고 했다"며 "'젊은 사람이냐'고 물으니 '한림 사람'이라고만 답하더라. 그래서 여기 사람인지는 모르고"라며 불과 200m 거리에 있던 장씨 집을 가리켰다.
또 다른 주민 A씨도 "경찰이 실종자인지도 안 알려줬다"며 "사람을 찾고 있는데 CCTV를 봐야 한다고 해서 범죄자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근 주택의 민간 CCTV 영상 데이터는 대부분 덮어쓰기 방식으로 자동 삭제됐다.
김씨는 장씨의 평소 생활 모습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장씨는 주 3~4회 저녁 8시 무렵 집 앞 도로변 연석에 앉아 전화 통화를 자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예쁘장하고 젊은 사람이 왜 저렇게 위험한 데 있나 싶어서 신경 쓰이더라"며 "그래서 기억 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7월 재수사 착수 시점에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 조사를 진행했다면 초기 단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 3개월 동안 한림항 일대 9개 숙박업소만 반복해 맴돈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 신호가 한림항으로 잡혔으나, 기지국 관할 반경이 넓은 제주도 지형 특성상 거주지까지 동일 기지국 오차 범위에 들어간다는 점을 간과했다. 경찰이 주로 수색한 지역은 한림매일시장 골목 안 여관과 모텔 9곳에 불과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해당 구역 숙박업소 업주들은 경찰의 수색 방식이 형식적인 순찰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한 숙박업소 업주 B씨는 "왜 똑같은 곳을 계속 오냐고 물으니 또 온 줄 몰랐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업주 C씨는 "우리는 원래부터 여자 투숙객은 안 받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2차 신고 이후에도 담당 경찰관의 최초 허위 종결 사실을 인지하고 본격 재수사에 들어가기까지 26일을 허비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제주서부경찰서는 "한림매일시장 내 숙박업소 말고도 사우나, 편의점을 탐문했다"며 "점진적으로 수색을 확대했으나 인력 한계상 초기부터 대상을 확대해 수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