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수술비를 구하려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계좌가 이용된 4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금융기관을 사칭한 사기 일당에 속아 단순 '작업대출' 절차로 여겼을 가능성이 인정됐다.
인천지법 형사12부(신상렬 부장판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6세 남성 A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오늘(26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5월 20일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피해자 B 씨로부터 사기 피해금 117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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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조직원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며 B 씨에게 "기존 대출이 있는데 대환대출을 신청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어서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여 A 씨 계좌로 1170만 원을 입금하도록 유도했다. A 씨는 조직원 지시에 따라 돈을 수령한 직후 100만 엔으로 환전해 서울 서초구의 한 지하철역 출구 인근에서 다른 현금수거책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A 씨를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판단해 재판에 넘겼으나, A 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 외환 거래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조직원의 말을 사실로 믿었을 뿐 보이스피싱 범행인 줄 몰랐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 중 4명이 무죄, 3명이 유죄 의견을 냈고 재판부 역시 배심원 다수 의견을 받아들였다.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아내의 수술비가 급박해 대출 광고 문자를 보고 사기 일당과 접촉한 상태였다. 조직원은 허위 거래 내역을 만들어 대출을 발생시키는 '작업대출'을 빙자해 A 씨를 끌어들였다.
재판부는 A 씨가 일부 지시를 의심했더라도 보이스피싱이 아닌 불법 작업대출 과정으로 오인했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또한 자신의 계좌가 정지된 후에도 조직원에게 수차례 연락하며 금융감독원 제출 서류 등을 요구하며 사태 해결을 시도한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용인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