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목)

'유일한 외국인 해녀' 미국인, 제주에 정착한 사연... "이 마을서 살고 죽을 것"

미국 뉴욕 출신 카일리 젠터(36)가 제주 바다에서 해녀로 물질을 하고 있다. 그는 올해 기준 한국에서 해녀 면허를 보유한 유일한 외국인이다.


25일(현지 시간) CNN은 젠터의 사연을 보도했다. 젠터는 2012년 영어 교사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여행을 좋아했던 그는 아시아 일자리를 찾던 중 숙소를 제공한다는 공고를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이후 제주에 정착하며 해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해녀학교를 졸업했다. 수습 과정을 거쳐 정식 해녀증을 취득했지만, 당시에는 해녀가 될 생각이 없었다.


전환점은 2024년이었다. 프리다이버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제주 서쪽 영락리 어촌계의 신규 해녀 모집 공고를 한국인 남편이 젠터에게 추천했다. 처음에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지만 면접을 거쳐 같은 해 1월부터 영락리에서 물질을 시작했다.


인사이트카일리 젠터 인스타그램


초기 반응은 냉랭했다. 영락리 어촌계장 김창식 씨는 "우리 마을에 최초의 미국인 해녀가 생겨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를 위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 해녀들은 낯선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 "헤이(Hey)!"나 '미국 애', '미국인 꼬마'라고 불렀다.


젠터는 신뢰를 쌓기 위해 매일 물질에 참여했다. 64년차 해녀 홍복녀 씨는 젠터에 대해 "물질하는 실력이 우리 한국 사람, 제주 토박이들보다도 뛰어나다"며 "정말 마음에 든다"고 평가했다. 현재 해녀회장인 홍 씨는 젠터를 '딸'이라고 부른다.


젠터가 공동체에 완전히 받아들여졌다고 느낀 결정적 순간이 있었다. 물질 중 홍 씨가 소라가 가득 든 그물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신입 해녀들이 돕지 못하자 홍 씨는 젠터의 이름을 외치며 도움을 요청했다. 젠터는 "그가 도움이 필요할 때 나를 찾았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인사이트제주 해녀 / 뉴스1


해녀는 호흡 장비 없이 바다에 들어가 전복과 소라, 해삼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제주 고유의 여성 잠수부다. 해녀 공동체는 함께 물질하고 서로의 안전을 책임지는 강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제주 해녀가 직면한 현실은 엄중하다. 제주해녀박물관에 따르면 지난해 활동 중인 해녀 2371명 가운데 63%가 70세 이상이었으며, 39세 이하는 30명에 불과했다.


기후변화도 심각한 위협이다. 영락리 해역에서는 과거 하루 100㎏이 넘는 해삼을 잡을 정도로 해산물이 풍부했지만, 젠터에 따르면 올해 잡힌 해삼은 모두 합쳐 10마리에 불과했다. 김 씨는 "수온이 높아지면서 해조류가 많이 사라졌다"며 "소라가 먹으려면 해조류가 필요한데 물이 너무 따뜻해 소라가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 씨는 "얼마나 더 오래 물질할 수 있을지, 다음 세대 해녀들이 물질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며 "젊은 해녀들에게 미안하다. 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젠터는 현재 SNS와 팟캐스트를 통해 해녀 문화를 알리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물질을 하지 않는 기간에는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반려동물 호텔에서 일한다.


인사이트뉴스1


그는 "해녀가 곧 사라질 거라고 하는데 우리 젊은 해녀들이 아직 있다"며 해녀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오해를 바로잡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나에게 이건 평생을 바치고 싶은 일"이라며 "저는 이 마을에서 살다가 이 마을에서 죽을 것이다. 이 마을이 나에게 정말 큰 기회를 줬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만약 여러분도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