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목)

'만화덕후' 마크롱 대통령, 파리 교외에 '드래곤볼 Z 테마파크' 만든다

프랑스 파리 교외에 일본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드래곤볼' 세계관을 앞세운 대형 테마파크가 들어설 전망이다.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여러 지식재산권(IP)을 한데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일본 만화 IP를 전면에 내세운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2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아사히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파리 북서쪽 세르지퐁투아즈 일대에 대규모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를 개발하는 데 합의했다.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엔터테인먼트·개발 기업 키디야(Qiddiya)가 주도한다. 전체 개발 규모는 약 60억 유로(미화 약 70억 달러)로, 최대 3개의 주요 테마파크를 비롯해 호텔과 레저·문화·스포츠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가운데 핵심 시설 중 하나가 '드래곤볼 Z'를 테마로 한 놀이공원이다. 세르지퐁투아즈는 파리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30㎞ 떨어진 지역으로, 과거 대형 놀이공원 '미라폴리스'가 자리했던 곳이기도 하다. 미라폴리스는 1991년 문을 닫았다.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 출판사 슈에이샤(주간 소년 점프), 토에이 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 '드래곤볼' / 출판사 슈에이샤(주간 소년 점프), 토에이 애니메이션


이번 프로젝트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만화 사랑'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4년 12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회담하던 중 일본 만화, 특히 드래곤볼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확인했다. 이후 관련 논의가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번 프로젝트 발표와 함께 SNS를 통해 자신의 '만화에 대한 열정'을 언급하며 투자 유치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개발로 약 2만2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디즈니랜드 파리 이후 전례가 없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인사이트 2026년 4월 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프랑스경제인협회(MEDEF)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3차 한-프랑스 경제계 미래대화(Korea-France Business Dialogue for our Future)''에 참석한 모습 / GettyimagesKorea


프랑스가 드래곤볼을 앞세운 대규모 테마파크 유치에 나선 배경에는 탄탄한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시장도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시청각·디지털통신규제청(Arcom)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42%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소비하고 있다. 2024년 프랑스에서 판매된 만화책은 3600만 부, 매출은 3억900만 유로에 달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도 프랑스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만화 소비 시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드래곤볼은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대중적인 인기를 누려온 대표적인 일본 콘텐츠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이 프랑스 TV를 통해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드래곤볼 역시 여러 세대에 걸친 팬층을 형성했다. 과거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IP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디야가 드래곤볼을 테마로 한 놀이공원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인근 '키디야 시티'에서도 일본 도에이 애니메이션과 손잡고 세계 최초의 드래곤볼 전용 테마파크를 건설하고 있다.


인사이트만화 '드래곤 볼' / SoraNews24


사우디에 조성되는 테마파크는 부지 면적만 50만㎡ 이상이다. 작품 속 7개의 드래곤볼을 모티브로 7개 테마 구역을 조성하고, '거북하우스(Kame House)'와 '캡슐 코퍼레이션', '비루스의 행성' 등 주요 공간을 실제 시설로 구현할 예정이다. 30개가 넘는 놀이기구와 5개의 대형 어트랙션도 계획돼 있다. 특히 높이 70m에 달하는 거대한 신룡(Shenron) 조형물을 관통하는 롤러코스터가 대표 시설로 들어서며, 테마 호텔과 식음시설도 함께 마련된다.


다만 프랑스에 들어설 테마파크가 사우디 프로젝트와 같은 규모와 시설로 조성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어트랙션 구성과 착공 시점, 개장 목표 일정 등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투자는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도 풀이된다. 프랑스는 디즈니랜드 파리에 이어 글로벌 관광객을 끌어들일 대형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 투자 유치와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번 사업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로 보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가 전략 '비전 2030'을 추진하며 관광과 스포츠, 게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키디야가 추진하는 개발 사업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드래곤볼로 대표되는 일본 콘텐츠 IP가 프랑스와 사우디를 잇는 수십억 유로 규모의 투자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