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를 뚫고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가 탑재된 서버를 중국에 밀반출한 전직 엔비디아 및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직원들이 대만 사법당국에 적발됐다. 대만 검찰이 중국 본토로 흘러 들어가는 AI 칩 암거래 조직을 정조준해 기소한 첫 사례다.
24(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지룽지방검찰청은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B300'을 탑재한 고성능 AI 서버를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문서위조 및 배임 등)로 전직 엔비디아 직원 장 모 씨 등 9명을 기소하고, 장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미국 정부가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중국 기업들이 제3국을 경유하는 우회로를 찾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지인 대만에서도 단속 강도를 대폭 높인 결과다.
엔비디아 B300 GPU./ 엔비디아
공소장에 따르면 최종 수요처로 지목된 기업 '플라잉타이거' 경영진은 밀수 하드웨어의 경유지로 활용하기 위해 일본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엔비디아의 사전 구매 승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장 씨와 공모한 슈퍼마이크로 직원들은 현장 실사 과정을 조직적으로 조작했다.
슈퍼마이크로 대만 법인은 8대 이상 대량 판매 시 까다로운 현장 실사를 거치지만, 이들은 플라잉타이거가 서버를 보관할 데이터센터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실사를 통과시켰다. 이 같은 수법으로 승인된 AI 서버는 총 130대에 달한다.
피의자들은 3차례에 걸쳐 B300 칩 기반 서버 74대를 일본과 인도네시아를 경유해 중국 본토로 밀반출했다. 추가 반출을 시도하던 나머지 서버 56대는 대만 수사당국에 압수됐다.
대만 검찰은 "개인의 폭리를 위해 결탁해 고성능 서버를 불법 수출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준법 비용을 높이고 대만의 국제적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슈퍼마이크로 측은 "회사는 수사 대상이 아니며 수출 규정 준수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고, 엔비디아 역시 "모든 법규 준수를 위해 각국 규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