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만난 소외계층 자매의 텅 빈 냉장고가 마음에 걸려 직접 만든 반찬을 싸 들고 찾아갔던 여배우가 있다.
한 명이라도 더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다던 그 작은 결심은 18년간 6000명이 넘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거대한 선행으로 이어졌다. 배우 김나운의 이야기다.
CJ나눔재단과 18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김나운 씨. / CJ나눔재단
김나운과 나눔의 인연은 지난 2008년 시작됐다. CJ나눔재단 나눔 플랫폼인 'CJ도너스캠프'와 CJ홈쇼핑이 공동 기획한 소외아동 돕기 모금 방송 '사랑을 주문하세요'에 패널로 출연하면서다.
처음에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마주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출연을 망설였다. 하지만 남편의 한마디가 마음을 움직였다. "김나운이라는 사람을 보고 단 한 사람이라도 기부에 동참한다면, 그게 당신의 역할 아니겠느냐"는 조언이었다.
그는 모금 방송에 처음 출연했던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 방송에서 만난 한 아이는 "밥을 먹을 때마다 다음 날 동생에게 먹일 반찬을 걱정하며 김치에 남은 배춧잎을 센다"고 말했다. 자매의 텅 빈 냉장고 역시 오래도록 김나운의 마음에 남았다.
결국 그는 직접 만든 반찬을 들고 아이들을 다시 찾았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먹이고 싶었던 그날의 마음은 훗날 그가 식품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그는 "아이들을 위한 나눔이 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셈"이라며, "제가 나눈 것보다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전했다.
어린 아이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은 그가 지나온 유년 시절과도 맞닿아 있다. 김나운은 15세에 데뷔해 소녀 가장으로서 세 동생을 돌보며 녹록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어린 시절 식권 한 장을 쥐어 주며 '힘내라'고 말씀해 주신 어른들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여기에 "어려워도 항상 베풀고 살아라"라고 강조하시던 아버지의 가르침 역시 가슴 깊이 남았다.
김나운 씨가 CJ도너스캠프 아카데미 요리 특강 강사로 참여한 모습. / CJ나눔재단
그는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나눔 DNA'라고 믿는다"며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망설임 없이 나선다"고 강조한다.
이후 김나운은 CJ나눔재단과 햇수로 18년간 인연을 이어오며 누적 기부금 2억 5000만 원을 넘긴 재단 내 최장기·최고액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들과 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왕이모'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단순히 기부에 그치지 않고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CJ도너스캠프 아카데미' 요리 특강 강사이자 인생 멘토로 활동하며 주거비·의료비·교육비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의 온정을 거쳐 간 아이들만 6000여 명에 달한다.
김나운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꾸준한 나눔을 인정받아 2022년에는 '제2회 대한민국 착한 기부자상' 최고상인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2회 대한민국 착한 기부자상’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한 김나운 씨. / CJ나눔재단
지난 2025년 7월 열린 CJ나눔재단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나운은 "사람들이 제게 몇 명의 아이를 후원하냐고 물으면 '꽃들이 만발했는데 그 송이를 세고 있을 틈이 어딨냐'고 답한다"며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꽃밭 한 가운데 있는 것처럼 행복하다. 꽃에 흠뻑 물을 주다 보면 어느새 기특한 열매를 맺듯 아이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제 낙이다"라고 밝혀 큰 울림을 줬다.
이어 "CJ나눔재단 덕분에 아이들을 만나 제 인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 60~70대가 되어 '왕할머니'로 불릴 때까지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며 진심을 전했다.
2025년 7월 CJ나눔재단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오랜 기간 재단 활동에 참여해온 멘토와 우수 기부자들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왼쪽부터 김나운 배우, 윤경호 배우, 민희경 CJ사회공헌추진단장, 류경화 주한캐나다대사관 의전관, 김수호 씨(기업인). / CJ나눔재단
한편, 배우 김나운은 1987년 MBC 청소년 드라마 '별난 학교'로 데뷔하여 1989년 MBC 공채 탤런트로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청춘의 덫', '여인천하', '달자의 봄', '엄마가 뿔났다' 등 다수의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며 감찰 맛 나는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2018년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주인공 고애신(김태리 분)의 큰어머니 역으로 열연을 펼치며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에도 KBS 드라마 '태양의 계절', '위험한 약속' 등에 출연하며 꾸준한 연기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본인의 이름을 건 식품 브랜드 '김나운 더 키친' 대표로 활동하는 동시에 롯데홈쇼핑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식자재 및 프리미엄 식품 론칭 방송을 진행하는 등, 배우를 넘어 성공한 사업가 및 홈쇼핑 호스트로서도 활발하게 대중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