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다음 달 8일부터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최고 50%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 국경을 맞댄 채 70년 넘게 최우방국으로 지내온 양국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25일(현지 시간) 캐나다 재무부는 미국산 제품 약 700개 품목에 15%, 25%, 50%의 차등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보복관세 대상은 276억 캐나다 달러(미화 약 200억 달러) 규모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지난 22일부터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캐나다는 미국의 관세 부과 금액과 세율을 그대로 따라가는 '달러 대 달러, 세율 대 세율' 방식을 택했다.
프랑수아 필립 샹파뉴 캐나다 재무장관은 "우리가 이 갈등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통합이 상생 파트너십의 토대가 아니라 무기로 이용될 때는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수아-필립 샹파뉴 캐나다 재무장관 / GettyimagesKorea
품목별 관세율을 보면 일부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과 가구, 의류에 50% 관세가 적용된다. 가전제품과 치즈 등 유제품, 생선·해산물, 일부 철강·알루미늄 가공품에는 25% 관세가 붙으며, 산업용 공구 등에는 15% 관세가 매겨진다. 캐나다가 앞서 부과한 미국산 자동차 보복관세도 계속 유지된다.
캐나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조치가 관세 수입을 늘리려는 목적이 아니라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선을 그었다. 특정 제품에 대한 캐나다의 관세율은 미국이 해당 품목에 부과한 관세율과 일치하도록 설계됐다.
캐나다의 보복관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38조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한 품목군을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자동차, 목재 및 파생제품, 반도체에 10~50% 관세를 부과했고, 무역법 338조에 따라 하키스틱과 주류, 유제품 등 캐나다산 제품에도 관세를 적용했다.
캐나다 정부는 무역 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과 근로자를 위해 75억 캐나다 달러(약 54억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도 내놨다. 지원책에는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과 관세 피해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피해 업종 근로자를 위한 고용보험 프로그램 확대가 포함됐다.
샹파뉴 재무장관은 "달러 대 달러, 세율 대 세율의 보복관세와 75억 캐나다 달러 규모 지원 패키지는 우리가 더 강하고 더 회복력 있으며, 더 다변화된 캐나다 경제를 구축하는 동안 근로자와 농민, 가정, 기업을 보호할 것"이라며 현 상황을 "캐나다에 강요된 전례 없는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이번 보복 조치는 지난주 양국 간 무역협상이 결렬된 뒤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한 가운데 나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앞서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캐나다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는 너무 적은 것을 제시했다며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보복관세가 일부 기업과 소비자의 비용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외신은 양국이 자동차·에너지·농업·제조업 등에서 공급망이 깊게 얽혀 있는 만큼,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양국 기업과 노동자 모두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