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 신고된 고(故) 장미란씨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이 내부 전산망에 대상자를 '교통사고 사상자'로 기재하며 기록을 삭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자를 찾아야 할 경찰이 가족에게 거짓말을 한 뒤 사건을 임의로 종결하고, 엉뚱한 사유를 들어 전산 기록까지 지운 셈이다.
지난 25일 제주경찰청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3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6.8.25 / 뉴스1
부 경장은 지난해 5월 14일 오후 6시 43분경 112를 통해 장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했으나, 제대로 된 수색 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고 접수 2시간 30분 만인 당일 오후 9시 16분경 장씨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며 "본인이 위치를 알리기 싫어한다"고 거짓 통보했다.
이후 부 경장은 경찰 내부 시스템인 '실종자 프로파일링 관리 목록'에서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해당 시스템은 실종 신고 대상자를 실종 아동 등, 가출인, 변사자, 교통사고 사상자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 경장은 장씨를 '교통사고 사상자'로 분류해 사건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 경장은 장씨 사건 외에도 또 다른 60대 남성 실종자 사건을 허위 종결하고 전산망 기록을 삭제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의 실종신고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25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2026.8.25 / 뉴스1
처음에는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으나, 수사 과정에서 공전자기록위작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이 추가됐다. 부 경장은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으며, 법원은 조만간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실종 신고와 전혀 관련이 없는 교통사고 사상자로 사건을 분류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 경장이 사건을 빠르게 종결하기 위해 임의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즉각 수색에 나서지 않은 채 거짓말로 사건을 종결하고 전산 기록까지 삭제해 흔적을 지우려 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실종자 가족의 신뢰를 무너뜨린 중대한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경찰청은 실종자 프로파일링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고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내부 시스템 관리 실태를 전면 점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