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4월 발생한 사고는 최근 학교 현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술래잡기를 하던 학생이 사물함에 부딪혔고, 보호자는 학교 폭력이라며 신고했다. 상대 학생 측도 맞신고로 대응했지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양쪽 모두에게 '학폭 아님' 판정을 내렸다.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나 일상적 마찰까지 학교 폭력 신고로 이어지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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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학기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너 때문에 수련회에 못 갔다"는 말 한마디가, 서울의 초등학교에서는 "내가 가지고 놀던 공을 계속 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가 학폭 신고 사유가 됐다. 두 건 모두 심의 결과 학교 폭력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지난 24일 민주당 백승아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학교폭력 신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접수된 학폭 신고 5만 6천여 건 가운데 심의를 거친 사안의 22%가 '학폭 아님'으로 결론났다. 심의 5건 중 1건 이상은 학교 폭력에 해당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학폭 아님' 건수는 2022년 전체 심의 건수의 13%인 2천8백여 건에서 작년 6천4백여 건으로 급증했다. 3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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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신고는 학교 현장에 행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사들은 해당 학생들의 등하교 동선을 따로 관리하고, 급식 시간을 조정하며, 별도 수업을 준비하는 등 업무에 시달린다. 정작 중대한 학교 폭력 사안에 집중해야 할 행정력이 소모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학생들의 갈등 해결 능력이 저하됐다고 분석한다. 친구와의 불편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학폭 신고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관계 회복 숙려제'를 도입했다. 상담을 통해 갈등을 중재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중재 제도 확대와 함께 단순 불만성 신고를 걸러낼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