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인 H-1B 비자 신청자에게 10만 달러가 넘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공식화한다. 연방법원이 위법 판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제도화를 강행하는 것이다.
미 국토안보부는 관보를 통해 신규 H-1B 비자 신청에 10만3265달러(약 1억43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규정안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다. 연간 발급 건수는 추첨을 통해 8만5000건으로 제한되며,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된다. 연장도 가능하고 영주권 신청도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GettyimagesKorea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작년 9월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10만 달러로 책정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국토안보부가 공식적인 제도를 마련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포고령은 1년간 유효해 다음 달 만료된다.
새로 마련된 수수료는 신규 신청자 대부분에 적용된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이 미국 입국 금지 강화와 맞물려 미국 밖에서 H-1B를 신청하는 이들에게 적용됐으나, 이번 조치는 미국 내에서 신청하는 이들에게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H-1B 비자는 대체로 미국에서 학생비자로 학업을 마친 이들이 신청한다. 수수료는 채용기업이 부담하기 때문에 작년 트럼프 대통령 포고령 기준으로는 미국 기업들이 대체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됐다. 이제는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비자를 갱신하거나 병원·대학 등에 취업하는 외국인에게는 수수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농촌 지역 병원은 인력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H-1B 수수료 적용 예외를 받을 수 있도록 로비를 벌여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로이터는 국토안보부의 규정안 제시로 향후 30일간 의견 수렴이 시작되며 연말쯤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 안이 확정되면 H-1B 수수료가 대폭 인상된다. 블룸버그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마지막 해에 H-1B 수수료를 70% 인상해 780달러로 정했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는 H-1B 비자 수수료를 통해 88억 달러(12조원)의 수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포함한 관련 기관의 운영자금에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전문직 비자에 대한 고액 수수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강력한 이민단속 정책의 일환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단속의 기조를 완화할 뜻이 없음을 천명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H-1B 비자에 대한 10만 달러 수수료는 미 연방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린 상태다.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지난 6월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적 세금에 해당한다며 수수료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국토안보부 안이 확정되면 역시 법정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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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H-1B가 승인된 근로자 출신국을 따져보면 인도가 71%, 중국이 11.7%로 1·2위였다.
한국은 1%로 5위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액 수수료 제도가 한국 출신 고숙련 인력의 미국 취업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10만 달러 수수료를 도입한 이후 H-1B 비자 신청은 직격탄을 맞았다. 로이터는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85건 신청이 있었고 70명 정도가 10만 달러 수수료를 납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단속 정책도 H-1B 비자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해 미국 기업이 신고한 H-1B 비자는 34만4000건 정도로, 2024년과 비교하면 25% 이상 줄었고 2023년의 79만4000건에 비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어 문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재계에서는 고숙련 인력이 미국 내부에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확보가 필수인 분야가 있다고 반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위대하게) 중에서도 입장이 나뉜다. 전통적 마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에 서는 반면 빅테크 기업과 가까운 일론 머스크 등은 H-1B 고액 수수료에 반대한다. 전문직 비자가 지지층 간 신구 대결의 양상의 대표적 사례가 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