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한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던 70대 여성이 마취제 과다 투여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국소마취제 독성 반응'을 사인으로 추정하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숨진 여성에게 투여된 마취제는 허용량의 무려 3배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MBN 보도에 따르면 국과수는 사망한 A씨에 대한 감정에서 "국소마취제 아티카인의 독성 반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강남구 소재 B치과에서 임플란트 11개를 동시 식립하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약물을 투여한 지 16분 만에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심정지 상태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대학병원 응급실 의무기록에는 B치과가 '아티카인 16개를 사용했다'고 의료진에게 설명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아티카인은 1회 투여 시 체중 1㎏당 7㎎이 한도다. 체중 54㎏이었던 A씨의 경우 최대 허용량은 380㎎ 정도다.
의무기록에 따른 16회 투여량을 계산하면 1000㎎을 넘는 양이다. 허용량의 2.9배에 해당하는 마취제가 한꺼번에 주입된 것이다.
국소마취제가 과다 흡수되면 경련과 의식 저하, 호흡 및 심혈관계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고령 환자에게 다수의 임플란트를 심는 경우 수술 범위가 넓고 신체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마취 방식과 전신 상태를 사전에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하루에 11개를 한꺼번에 심으려 한 수술 계획 자체가 과다한 마취제 사용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B치과는 수술 당일 A씨에게 "오늘 수면마취를 통해 11개를 심고, 3주 뒤에 임시 틀니를 찾아가면 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경에 '덤핑 치과'의 무리한 영업 방식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치과 임플란트(올세라믹 기준)의 전국 평균 시술비는 개당 139만 원, 서울 평균은 146만 원이다.
B치과는 A씨에게 전국 최저가를 내세우며 평균가의 4분의 1 수준인 개당 25만~35만 원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초저가로 환자를 대량 유치한 뒤 무리한 시술을 감행하는 일부 치과가 의료 질서를 교란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B치과는 현재까지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수십만 건의 임플란트 수술을 달성했다"며 환자 유치 홍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와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정확한 수술 과정과 약물 투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실제 투여된 약물 용량과 응급상황 발생 직후 의료진의 대처가 적절했는지가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