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자신을 성추행했던 친척이 집으로 찾아와 폭행을 저지르자 이에 맞서 흉기를 들었던 30대 여성에게 정당행위가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흉기를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유죄를 선고했던 하급심 재판부의 판결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무죄 취지로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3년 1월로 올라간다. A 씨가 과거 자신이 70대 삼촌 B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털어놓자, 이에 분개한 B 씨가 A 씨의 주거지로 직접 찾아오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뉴스1
B 씨는 A 씨에게 거실 서랍장의 서랍 2개를 던지고 흉기까지 집어 들며 폭력을 행사했다. 신체적·위협적 위해를 입은 A 씨 역시 맞은편에서 흉기를 쥔 채 대응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상대를 위협했다는 이유로 A 씨의 특수협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으며, B 씨의 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어진 2심 역시 정당방위였다는 A 씨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 씨가 행사한 유형력이 A 씨의 행동 자유를 완전히 억압할 수준은 아니었다는 이유였다. 다만 2심은 형량이 다소 무겁다는 점을 고려해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유죄 판단 자체는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흉기를 소지했다는 단편적인 사실 하나만으로 정당행위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퇴근 후 귀가하자마자 일방적으로 찾아온 70대 남성의 기습적인 폭력에 직면한 30대 여성의 특수한 상황에 집중했다. 부당한 침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방어 행위였다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이번 행위가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사회 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주 내에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정 내 상호 폭력 상황에서 피해자가 방어 목적으로 흉기를 손에 쥐었을 때, 특정 순간의 행동만 단절해 평가할 것이 아니라 사건 전반의 구체적 맥락과 정황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