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3일(목)

"도비 무덤 건드리지마"... 해리포터 팬들, 8200억 해저케이블 경로 바꿨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이 영국과 아일랜드를 연결하는 대규모 해저 케이블 건설 프로젝트의 경로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팬들이 지켜낸 것은 다름 아닌 작중 인물인 집요정 '도비'의 무덤이었다.


영국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는 2010년 개봉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에서 도비가 해리의 품속에서 숨을 거두고 묻히는 장면이 영국 웨일스 펨브로크셔의 프레시워터 웨스트 해변에서 촬영됐다고 전했다.


영화 촬영 이후 팬들은 해당 해변을 찾아 "여기 자유로운 도비가 잠들다"라는 글귀를 새긴 돌을 두고 도비를 추모해왔다.


134455620.1.jpg(왼) 해리포터 속 도비 모습 / (오) 웨일스 펨브로크셔 프레시워터 웨스트 해변에 위치한 도비 무덤의 모습 / 유튜브 'Sophie Pearce'


그린링크 프로젝트로 명명된 4억 3000만 파운드(약 8200억 원) 규모의 해저 전력 케이블 공사가 도비의 무덤 위치를 관통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의 전력 수송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팬들의 반대는 거셌다. 그린링크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사이먼 루들럼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정말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밝혔다. 루들럼은 처음에는 도비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으며 쏟아지는 항의 전화에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루들럼은 "도비는 책에 나오는 허구의 인물이라더라"며 "모든 게 허구인데 대체 무슨 소리인가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34455840.1.jpg도비의 가상 무덤 / X 'LBCNewsWales'


루들럼은 함께 일하던 동료가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며 결국 케이블 경로를 새롭게 설계했다고 전했다. 팬들도 변경된 경로에 만족했으며 루들럼은 "도비도 행복해하고 있다"고 농담을 건넸다.


루들럼은 "우리는 청동기 시대 유적에 상당히 가까이 접근하게 됐다"며 "도비의 무덤은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