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벽화를 철거하고 보안을 유지하는 데 수억 원대의 공공 예산이 투입돼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뱅크시의 작품 3점을 철거하고 관리하는 데 현재까지 약 15만 파운드(약 2억 8600만 원)의 세금이 쓰였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작품은 지난해 9월 런던 왕립사법재판소 외벽에 그려진 벽화다. 가발을 쓴 판사가 의사봉으로 시위 참가자를 내려치는 모습이 담긴 이 그림은 공개 직후 뱅크시가 직접 자신의 작품임을 인정했다.
런던 왕립사법재판소 외벽 / GettyimagesKorea
왕립사법재판소는 영국의 2급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다. 법원 당국은 문화재 원형을 유지해야 할 법적 의무에 따라 벽화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영국 법무부에 따르면 벽화 제거 작업에 5만 파운드, 경비 및 초과근무 수당에 3만 5300파운드가 투입돼 총 8만 5300파운드(약 1억 6300만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됐다. 현재 레이저 장비를 동원해 벽화를 지우고 있으나 작업에 어려움을 겪어 석재 자체를 교체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닉 티머시 보수당 의원은 "납세자의 돈으로 뱅크시의 낙서를 치우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뱅크시는 공공건물을 훼손해도 처벌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며 복구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술평론가 에스텔 러벗은 "누군가는 버킹엄궁을 보러 가고 누군가는 뱅크시 작품을 보러 간다"며 "그의 작품은 누구나 무료로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고 맞섰다.
뱅크시 작품으로 인해 공공 예산이 집행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런던 워털루 플레이스에 설치된 조형물은 안전 펜스 설치와 경비 비용으로 약 6만 파운드가 들었다.
런던 왕립사법재판소 외벽 / GettyimagesKorea
2024년 런던 경찰 초소에 그려진 피라냐 벽화 역시 철거 비용으로 약 2200파운드가 투입됐다. 철거된 초소는 오는 11월 재개관하는 런던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