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에 반발해 사의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하자 법무부 내부 회의에서 직무를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표명했다.
지난 25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정 장관은 검찰 해체 논란에 이어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까지 당론으로 정해지는 과정에서 고민이 깊었다.
앞서 지난 8일 정 장관은 "폐지됐을 때 나올 수 있는 우려 사항들을 충분히 보완해 가지고 확실하게 대안이 만들어져야 된다"며 신중한 접근을 거듭 당부했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 뉴스1
하지만 한 달 가까운 당내 논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사실상 당론으로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자, 정 장관은 다음날 법무부 간부 회의를 주재하며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안전 장치 없이 보완수사권을 폐지할 경우 사회적 약자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로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해 온 정 장관 지론이 민주당 강경파에 의해 결국 꺾이면서 절망감이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부터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당 안팎 강경파와 대립해왔다. 지난달 초에도 한 차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 측 관계자는 "공소청, 중수청 설치법이 통과되던 올해 초부터 거취를 고민한 걸로 안다"고 밝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완수사권 문제로 당 내홍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정 장관의 무력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장관이 회의에서 사의를 밝힌 다음날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은 지난 24일 "더는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검찰 개혁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 장관의 사의 표명 이후에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다음주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시킬 계획이다.